맥도널드도 필리핀 시장에서는 고전
24세 이하 비율이 인구의 절반…막강 소비력으로 서비스업 견인
젊은 인구 등에 업고 프랜차이즈 산업 매년 20% 성장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커다란 눈에 귀여운 미소, 앙증맞은 흰 모자에 쫄쫄이 바지를 입은 통통한 빨간 꿀벌이 동그란 배를 내밀고 손짓하며 손님들에게 '드루와~'를 외친다. 필리핀의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국민 패스트푸드점 '졸리비(Jollibee)'의 마스코트, 행복한 꿀벌의 모습이다.
전 세계에서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가 된 맥도널드는 유독 필리핀에서는 맥을 못춘다. 필리핀 국민들의 무한한 졸리비 사랑 때문이다. 필리핀 주요 도시 한복판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맥도널드와 졸리비 매장의 방문객 수가 '빈익빈 부익부'인 상황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필리핀의 웬만한 도시에서 방금 지나쳤다 싶으면 나타나는 졸리비 매장이지만 매년 매장 수 증가세는 더뎌질 줄을 모른다.
졸리비의 메뉴는 간단하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햄버거와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간단한 국수, 밥, 치킨, 아이스크림 등이 전부다. 하지만 필리핀인들은 졸리비 음식이 단순한 패스트푸드가 아니라고 말한다. 필리핀의 영혼이 담긴 음식이라는 것이다.
졸리비는 산하 차우킹, 그린위치 피자, 레드리본 등 6개 자회사를 합쳐 전 세계에 30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서 유럽과 북미, 중동에도 진출했다. 전 세계에 필리핀인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졸리비 매장이 들어선다. 졸리비는 최근 수년간 연간 두자릿수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그저 그런 패스트푸드점에 그칠 수 있었던 졸리비가 세계적인 음식 체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필리핀의 젊은 인구와 막강한 소비력이 자리하고 있다.
필리핀의 인구는 한국의 두 배가 넘는 1억300만명이다. 세계 13위 인구 대국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내수시장이 탄탄하다는 얘기다. 특히 전체 인구 중에서 24세 이하 젊은 층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빠르게 증가하는 젊은 층 인구는 필리핀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성장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산업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필리핀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함께 식품 분야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인 몇 안 되는 국가다. 이를 토대로 필리핀은 아시아의 프랜차이즈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필리핀 프랜차이즈협회(PFA)에 따르면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필리핀에는 40여곳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전부였지만 현재는 150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식음료 산업을 중심으로 필리핀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최근 수년간 15~20%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필리핀의 독특한 점 중 하나인 해외근로자의 송금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 역시 필리핀 업체들이 해외에서 선방하는 요인이 된다.
젊은 인구 증가세가 탄탄한 만큼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내수를 기반으로 한 필리핀의 고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필리핀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했다. 필리핀은 2012년부터 5년 연속 6~7%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며 주요 신흥국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은 필리핀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역시 6.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필리핀이 중국을 넘어 인도와 함께 아시아의 고성장을 이끄는 주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특히 필리핀의 공공 인프라 투자와 개인투자, 신용팽창, 해외 근로자들의 송금 증가 등이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필리핀의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낮고 부채가 적은 것도 지속가능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동남아시아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변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큰 필리핀의 지난 4월 수출액은 48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2.1% 급증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정정불안이 심각했던 필리핀의 고속성장을 이끌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두테르테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방안이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프라 예산을 꾸준히 확대해 취임 초 GDP의 4.3% 수준에서 임기 내 7%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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