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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고교교육, 평준화 아닌 다양화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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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고교교육, 평준화 아닌 다양화가 답이다 홍후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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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문재인 정부가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폐지를 통한 고교체제의 평준화, 단일화, 획일화를 추진하려고 한다. 그러나 고교 교육개혁의 핵심인 진로를 중심으로 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교육개혁의 방향성이 올바른 것인지 우려가 적지 않다.


첫째, 외고, 국제고를 특목고에서 제외하려는 계획이다. 세계화시대에 일정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외고나 국제고 등은 세계로 열린 학교이다. 그 특성상 외국인 유학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교육청은 이를 규제하고 있다. 소위 문과를 특성화한 고교가 설 자리가 좁다는 것은 외고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과학혁명과 3~4차 산업혁명은 고교까지 수학 과학 기술을 비중 있게 잘 가르치라고 강권한다. 외고ㆍ국제고를 폐지하려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문ㆍ이과를 공히 강화한 온전한 고교로 새 활로를 모색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청은 평준화라는 쉬운 일만 하려고 든다.

둘째, 자사고 폐지문제다. 자사고를 외고ㆍ국제고와 한통속에 엮어 평준화 하려는 것은 문제다. 이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교육기본법 제25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립학교를 지원ㆍ육성해야 하며, 사립학교의 다양하고 특성 있는 설립목적이 존중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자사고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듯하다. 영국의 이튼, 미국의 앤도버, 한국의 충남삼성고, 거창고, 대건고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교교육의 모범사례는 사립학교에서 나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현 정부가 선호하는 평준화가 고교교육 개혁의 능사는 아니다. 교육선진국의 경우도 겉으로는 종합고교를 표방하지만, 속을 보면 진로별 학습기회 보장을 추구한다. 한 데 모아두면 문ㆍ이과식 양분, 국ㆍ영ㆍ수 중심, 획일화된 빈곤한 교육과정, 8학군 집중, 조기 유학 증가, 진로를 무시한 불필요한 전면경쟁, 소수를 위한 성적 깔아주기, 타당성 없는 대입 등 적폐만 남게 된다. 결국 이상은 멀어지고 경쟁만 치열한 하향평준화 즉, '평둔화(平鈍化)'가 명약관화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진학계 고교교육의 핵심은 '진로별 학습기회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에 있다. 초ㆍ중등교육법 제48조는 "교육과정은 학생의 필요ㆍ적성ㆍ능력ㆍ진로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평준화로 획일화된 공립고는 이를 어기고 있고, 자사고는 진로별 학습기회를 확대ㆍ보장하고 있어서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음을 교육당국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이 할 일은 따로 있다. 교육선진국이 추구해온 진로별 교육과정-수업-대학입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지난 100여년간 지속해온 중학교육을 반복 확대하는 1학년 공통필수 위주에서 고교교육을 벗어나게 해야 한다. 대신 2~3학년 즈음에 진로에 따라 문과계는 20단위, 이과계는 30단위, 예체능계는 50단위 전후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된 공부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개별 고교로는 이것이 불가능하므로 직업계 고교처럼 지역내 여러 학교가 계열과 과정을 개설함에 있어 역할분담하고 협력해야 가능하다. 학교규모에 맞게 개설할 계열과 과정을 특성화하면 학생들은 진로 변경에 대비해 복수의 과정도 이수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개별 학교 교육과정의 특성화와 여러 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일을 치밀하게 기획하는데 애쓸 일이다. 일반고가 '평준화'를 버리고 진로별 계열과 과정을 특성화한다면 굳이 자사고나 특목고를 시샘할 필요가 없다. 결과적으로 일반고는 자사고나 특목고 못지않게 특성화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며 학생의 진로에 따른 학습기회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게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바보야! 평준화, 획일화가 아니라 진로별 특성화, 다양화가 답이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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