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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방산기업이 웃는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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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방산기업이 웃는 그날 정치부 양낙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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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출근길에 매일 웃는 연습을 한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지 않는 것은 내가 사람들을 보며 웃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웃는 연습을 하지 못했다. 한 통의 전화 때문이다. 새벽에 전화를 걸어 온 국내 방산기업의 사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신임 방위사업청장이 누가 될지도 궁금하지만 성과를 내겠다며 방산기업들을 또 얼마나 옥죌까"라는 생각에 밤을 새웠단다.

전 방사청장들을 되새겨봤다. 모 전 방사청장이 떠올랐다. 당시 청장은 유럽을 방문했고 관련업체에서는 VIP용 밴을 제공했다. 하지만 청장은 밴을 보자마자 자신을 짐짝 취급하냐면서 현지 군수무관을 불러 크게 질책했다. 그 청장은 입국하자마자 군수무관제도를 폐지했다. 방산수출정보를 습득해야 할 무관은 이후에 사라졌다.


국방부의 모 차관은 기자실을 방문해 "국방부에 제2차관제를 도입해 방사청을 흡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일본ㆍ이스라엘 등 방산 선진국이 획득전문기관 조직을 국방부 산하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리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차관은 방사청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방사청은 외청이 맞다 "고 말을 바꿨다. 국방부의 간섭을 받기 싫다는 의도였다. 이후 '제 2차관제' 논의는 더 이상 없었다.

또 다른 청장은 방위산업도 시장논리처럼 경쟁체제를 갖춰야 한다면서 저가경쟁입찰제도를 도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8월 "리베이트만 안 받아도 무기 도입비의 20%는 깎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바탕으로 도입된 정책이다. 국가안보를 지켜야 할 무기체계를 싸게만 구입하겠다는 논리였다. 이후 방산기업들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협력업체들과 질 좋은 부품을 선택하기 보다 저렴한 부품만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공인시험성적을 위ㆍ변조한 방산기업을 대거 적발하기도 했다. 원자력발전소 핵심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업체가 적발돼 세상이 떠들썩 해지면서 기품원은 방산업계를 중심으로 위변조 시험성적서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적발된 업체수만 240여개가 넘는다. 하지만 보완책은 없었다. 업체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국가를 상대로 법정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기관장의 실적올리기 적발이란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돌아보니 방산비리는 워낙 많고 다양했다. 방산비리를 없애겠다며 방사청장을 비롯한 기관장들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방산비리를 놓고 방산기업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비리 척결을 앞세워 기업들만 옥죄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될 일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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