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자동차 삼인방(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브이(V)'자 반등후 가속페달을 밟고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 완화 기조와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커진 덕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최근 한달새 20.4%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기준 약 36조3400억원으로 2위인 SK하이닉스(4조5000억원)를 바짝 뒤쫓고 있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12%, 20.9%씩 상승했다.
이들 삼인방은 두달전만 하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수출 둔화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우려, 리콜사태 등 악재가 연일 이어진 탓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3월20일부터 4월19일까지 한달간 기관의 순매도 상위 1위(-3336억원)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기관의 순매도 3위(-1170억원), 12위(-479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뒤 한달간은 상황이 뒤바꼈다. 지난달 20일부터 전날까지 현대차는 기관의 순매수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는 외국인 순매수에도 4위와 13위에 랭크될 정도로 '쌍끌이' 매수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설이 불거지면서 한ㆍ미FTA 재협상과 관련한 우려가 완화됐고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사드 보복 완화 움직임이 일자 기대감이 커진 덕이다.
최근엔 '재벌 저격수'라 불리는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순환출자가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승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라 앞으로 이를 해소하는 관점에서 지배구조 변환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잇따라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짜며 기업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모두 앞으로의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취약한 지분율과 현대차의 환경을 감안할 때 개편 과정에서 주주들의 적극적 지지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며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오너 지배력 강화 이외에 사업 효율화, 주주환원정책 강화, 지배구조 투명성 등을 동시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주가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배구조 변환이 3개회사 인적분할 형태로 가시화 된다면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의 자산가치가 재평가로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배구조 전환 모멘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고 선호도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순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대차 측에서는 지주사 전환에 대해 부인했다. 현대차는 이날 공시를 통해 "언론에서 보도된 지주회사 전환 추진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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