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일몰 앞두고 물밑작업
KT "선택권 제한…폐지해야"
SKB 등은 "독점 방지…연장"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내년 6월 일몰되는 유료 방송 시장 점유율 합산 규제를 두고 벌써부터 업계가 내홍에 빠졌다. KT는 예정대로 합산 규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케이블 업계는 일제히 합산 규제 연장을 주장하며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만간 KT 대 반(反)KT 진영 사이 뜨거운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여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도입된 합산규제는 별개의 시장이던 케이블, 인터넷(IP)TV, 위성방송을 하나로 묶고 한 사업자가 전체 가입자 중 3분의1 이상을 넘어설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특정 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독점을 막기 위한 조치다. 3년 일몰로 규정돼 2018년 6월27일 폐지될 예정이다.
예고된 규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업자는 KT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하반기 가입자 수 조사ㆍ검증 및 시장점유율 산정 결과'에 따르면 KT의 IPTV인 올레TV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점유율 합산치는 30.18%에 달했다. 상반기 대비 시장 점유율이 0.33%포인트(36만명) 늘었다.
아직 3.15%의 여유는 남아있지만 시장의 대세가 유ㆍ무선 결합상품으로 재편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안심할 수 없다는 처지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6년 방송시장 경쟁 상황 평가'에 따르면 방송과 이동전화를 포함하는 결합상품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521만명으로 전년 대비 31.8%나 증가했다. 게다가 KT는 IPTV를 미래 먹거리인 홈 사물인터넷(IoT) 시장의 핵심 허브 역할로 보고 인공지능(AI) 서비스 '기가지니'를 IPTV 셋톱박스 형태로 출시하기까지 했다.
합산규제가 연장된다면 KT 입장에서는 단순히 IPTV 뿐 아니라 이동전화 및 홈 IOT 가입자 유치까지 발목이 잡힐 수 있다.
KT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규제하는 사례는 없다"며 "시장점유율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시장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사에서는 2015년 규제 도입 후 아직 시행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제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3년 일몰로 정해졌지만 그동안 33% 점유율을 넘었던 사업자가 없었다"며 "당초 공공성 측면에서 도입된 제도가 의미가 있으려면 연장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딜라이브 등 케이블 방송사가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에서 합산규제가 폐지될 경우 KT가 IPTV, 위성방송, 케이블방송까지 아우르는 독점 사업자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KT군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의 점유율은 CJ헬로비전 13.2%, SK브로드밴드 13.1%, 티브로드 11%, LG유플러스 9.91% 수준이다.
한편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유료방송 합산규제 유지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에 미래부에서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연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연구영역을 발주했으며, 이를 토대로 사업자간의 이견을 조율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을 시장경제 측면에서 볼 것인지, 아니면 공공성 측면을 강조할 지에 따라 시장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각 사업자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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