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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필름 마니아에서 혁신의 선두 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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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옥자'에 디지털 최고급 카메라 사용…스트리밍 서비스에 극장 개봉까지
"큰 스크린에 아름답게 보여주게끔 찍은 영화는 작은 화면으로 옮겨져도 아름답다"

봉준호, 필름 마니아에서 혁신의 선두 주자로 봉준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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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봉준호 감독(48)은 고전적인 제작 방식을 고수해왔다. 디지털카메라가 주류를 이룰 때도 필름을 고집했다. '설국열차(2013년)'에 35㎜필름 26만자를 썼을 정도. 그는 "필름의 질감도 좋지만, 기술적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 낯설고 두렵다"고 했다. 영화 '휴고(2011년)'를 3D로 제작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75)을 보며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다.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감독이 '영화의 새로운 발견'이라며 환호하는 모습에서 진취적으로 변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다음달 29일 개봉하는 '옥자'는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안서현)와 거대 돼지 옥자의 우정을 다룬 영화다. 미자가 뉴욕으로 끌려간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틸다 스윈턴(57), 제이크 질렌할(37), 안서현(13), 변희봉(75), 폴 다노(33) 등이 출연한다. 봉 감독은 15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57)이 정치적인 영화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처음 전하는 사랑 이야기"라고 했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아름다운 일과 추악한 일들을 통해 많은 관객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동물과의 관계를 생각했으면 한다"고 했다.


봉준호, 필름 마니아에서 혁신의 선두 주자로 영화 '옥자' 스틸 컷

제작 방식은 도약을 넘어 혁신에 가깝다. 주요 장면들을 '알렉사65(Alexa 65)'로 촬영했다. 아리(ARRI)사의 기술이 집약된 2D 디지털 대화면 전용 카메라로, 전 세계에 열 대 가량 있다. 비싼 대여료 탓에 사용된 영화도 많지 않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년)',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년)', '스노든(2016년)', '그레이트 월(2016년)' 정도다. 봉 감독은 "35㎜필름으로 찍고 싶었으나 현상소가 거의 멸종됐다.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62)에게 디지털카메라로 찍되 필름보다 더 필름 같은 영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변화는 상영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옥자는 VOD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서비스된다. 한국과 미국, 영국의 극장에서 개봉하지만 한국에서만 상영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독특한 방식은 넷플릭스 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논란을 야기했다. 프랑스극장협회(FNCF) 등에서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하지 않는 작품의 초청이 영화계 질서를 흔들 수 있다며 반발했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결국 내년부터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만 경쟁 부문에 초청한다. 봉 감독은 "언젠가는 극장과 스트리밍이 공존하리라 본다. 어떻게 공존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지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큰 스크린에 아름답게 보여주게끔 찍은 영화는 작은 화면으로 옮겨져도 아름답다는 것이 내 원칙"이라고 했다.


봉준호, 필름 마니아에서 혁신의 선두 주자로 봉준호 감독


스트리밍 서비스는 영상, 사운드 등 관람 조건이 극장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극장 개봉을 많이 한다고 약속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봉 감독은 오히려 넷플릭스의 온전한 스트리밍 방식에 만족감을 보였다. "집에서 TV로 내 영화를 보는데 광고가 영상을 가리고 흐름을 끊을 때마다 상처를 받았다. 넷플릭스는 이런 점이 없어 디지털 아카이빙(파일 보관)에 가깝다"고 했다. 그가 마음을 놓은 데는 모든 분야의 전권을 부여받은 점도 한 몫 했다. 제작비가 600억원 가까이 투입됐는데도 작가이자 연출자로서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았다. 이 정도 예산의 영화를 투자하며 전권을 주는 사례는 거의 없다. 봉 감독은 "스콜세지나 스티븐 스필버그(71) 정도란 걸 알기에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내게는 행운이었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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