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 발생 시 즉각 조치 취한 경우 20.1%에 불과
교권보호위원회도 유명무실… 일부 지역서는 3년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기도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학교나 교육청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생각을 하는 교사가 절반을 웃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는 지난달 17~28일 전국 유·초·중·고교 교사 14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장이 민원에 과도하고 민감하게 반응해 교권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대답이 54%에 달했다고 15일 밝혔다.
교권 침해를 당했을 경우 교육청으로부터 도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14%에 불과했다. 20.1%만이 교권침해를 입었을 대 즉각적인 조치가 있었다고 답했다.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권보호위원회도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지난 2013년 각급 학교에 설치된 기구다. 하지만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근거한 기구이기 때문에 법정 기구의 위상이 없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교권보호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28.6%에 불과했다. 유치원 원장의 재량에 따라 설치되는 유치원 교권보호위원회의 경우 도움을 받았다는 교사는 단 9.7%였다.
제도적 측면에서 교권 침해 대응 지침이 미비할 뿐더러, 제도를 시행하는 관리자 역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학생, 학부모로부터 당하는 교육활동 침해나 교권침해에 대한 기준이 학교 규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고 답한 이들은 27.2%이었다. 교권침해를 당했다고 관리자에게 알렸을 경우 관리자가 적극 대처한다는 의견도 37.2%에 그쳤다.
참교육연구소에 따르면 특히 가해자가 학부모인 경우 학교장은 교권침해 사실을 통고받고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학생으로부터 교권침해를 받은 경우에도 학부모 민원을 의식해 피해 축소·은폐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13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교육부에 보고된 교권침해사건은 1만4634건이지만 전국 시도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교권침해 사건은 44건에 불과했다. 특히 대구, 대전, 울산, 전북, 경북, 경남, 제주 7개 시도교육청의 교권보호위원회는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이 불필요한 행정 업무로 수업 준비 및 학생 지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행정업무로는 '교육부·교육청의 공문·보고요구(34.8%)'가 꼽혔다. 이어 '전시성 행사(27.6%)', '각종 장부 기록과 회계처리 업무(13.2%)' 순이었다.
행정업무 부담은 유치원 교사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과 인문계 교사 모두 70% 이상은 생활기록부(NEIS) 입력 업무가 과도하다고 답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헌법이나 교육관계법 어디에도 교사의 교육할 권리를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며 "교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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