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대기업 틈바구니 속에서 버텼지만 끝내 재기 실패
삼성전자·LG전자 대기업 굴기 속에서도 버티던 팬택
1991년 3월 설립·2007년 워크아웃·2010년 스마트폰 2위
25년 동안 영광과 시련 반복
2015년 법정관리 포기 당시 직원들 "창의와 열정 멈추지 않겠다" 광고
쏠리드 "완전한 중단 아니야" 해명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팬택이 끝내 휴대폰 사업을 중단했다. 대기업과의 경쟁 속에서도 한때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2위에 빛나던 팬택은 결국 누적된 적자를 이기지 못했다. 팬택의 휴대폰 20여년 역사가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12일 팬택 관계자는 "모회사 쏠리드의 정준 회장이 직원들에게 스마트폰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추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 공지했다"고 밝혔다.
팬택은 2007년 1차 워크아웃부터 지난 10여년간 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특히 2년전인 2015년 5월에는 주인을 못 찾아 스스로 법정관리를 포기하기도 했다. 당시 팬택 직원 1200여 명은 자비를 들여 일간지에 광고문을 내고 "지금 팬택은 멈춰서지만 우리의 창의와 열정은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해 11월 기적처럼 팬택의 새 주인이 나타났고 2016년 7월 신제품을 출시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직원들의 자발적 임금 삭감도 소용이 없었다.
팬택은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우리가 알던, '스카이' '베가'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맞서던 팬택은 다시 보기 어렵게 됐다.
팬택은 1991년 3월 박병엽 창업주가 설립했다. 무선호출기(삐삐)로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 5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이동전화 단말기를 생산했고, 8월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1999년 6월 GSM(유럽이동전화표준) 단말기 생산을 개시하고 11월에 현대큐리텔을 인수했다.
2005년 '스카이텔레텍'을 인수했지만 2007년 4월 유동성 악화로 1차 워크아웃이 개시되고 자본 잠식을 이유로 상장이 폐지됐다. 흔들리는 듯 했지만 2009년 팬택앤큐리텔과 합병돼 통합법인 팬택이 공식 출범한 뒤 2010년 12월 '베가 레이서'를 150만대를 판매하며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를 기록하는 성공을 거뒀다.
2011년 12월 1차 워크아웃이 종료됐지만 또 다시 경영이 악화돼 2014년 3월 2차 워크아웃이 시작됐다.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9월 매각 공고를 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2015년 5월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했다. '24년 벤처 역사'가 사라지는 듯 했지만 10월 다시 한번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고 11월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팬택은 2016년 7월 I‘m back(내가 돌아왔다)는 뜻의 신제품 IM-100으로 돌아왔다. 통신업계는 "팬택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거대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밀려 출하량이 13만2000여대에 그치며 목표치 30만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팬택은 지난해 3분기 말 자본잠식에 빠졌다. 팬택을 인수했던 쏠리드는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하며 유동성 위기를 막아내야 했다. 팬택은 지난해에 매출 514억원보다 더 큰 706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팬택은 동남아와 동유럽 등 신흥시장에서 현지 통신사업자들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아임백을 개량한 제품을 유통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막바지 협상에 난항을 겪어왔다.
쏠리드의 추가 구조조정으로 팬택은 수십명 수준의 작은 회사로 축소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11월 쏠리드가 팬택을 인수했을 때 직원은 약 500명이었으나 이후 감원이 계속돼 250명, 120명으로 줄었으며, 이번에는 더 줄어 100명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팬택이 특허를 외국 회사들에 헐값에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쏠리드는 이날 휴대폰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공시했다. 쏠리드는 "팬택이 휴대폰 사업 전체를 중단하는 것으로 보도됐으나 사실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갖고 사업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등에 우선 집중하고자 하는 과정"이라며 "휴대폰사업은 관련해 다방면으로 사업을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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