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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지인가 대원군인가 제갈조조인가, '비서실장'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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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시대] 첫 비서실장 출신 대통령의 비서실장은 누구일지 주목되는데


승지인가 대원군인가 제갈조조인가, '비서실장'의 세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종석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2월 3일 광주 촛불집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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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8시를 기해 19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의 1기 국정운영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먼저 청와대 비서실장과 주요수석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비서실장엔 대선캠프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던 임종석 전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흔히 권력의 그림자이자 실질적 2인자로 보는 비서실장은 제2공화국인 1960년 신설된 이래 39명의 인사가 자리를 거쳐 갔는데, 그 중엔 구속 수감돼 현재 영어(囹圄)의 몸이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 대통령도 포함돼 있어 그 직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상태. 때로는 2인자로, 때로는 얼굴마담으로 그 위상과 성격이 시시각각 변해왔던 비서실장은 권력자의 지근거리에서 빛과 그림자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승지인가 대원군인가 제갈조조인가, '비서실장'의 세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도승지’ 수면 위 권력으로 떠오르다


박근혜 정부 2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춘 전 실장은 취임 당시 자신의 직위를 ‘승지’라 규정한 바 있다. 조선시대 승정원이 왕명출납을 맡았고, 그 기구의 수장인 도승지가 오늘날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과 그 성격과 업무가 매우 닮아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일견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단어 속에 숨어있는 ‘왕’에 대한 충성과 자기 스스로 몸을 낮추는 자세는 그가 권력의 그림자로 장수할 수 있었던 처세술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승지를 자처한 그였지만, 언론은 그를 ‘대원군’이라 칭했고 그에 걸맞게 검찰 장악과 세월호 참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을 대통령과 비선실세 의중을 헤아려 조속히 처리했으나 사임 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구속 수감, 법의 심판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승지인가 대원군인가 제갈조조인가, '비서실장'의 세계 이후락은 '대통령비서실장'이란 직책이 생겨난 이래 가장 강력하고 과감한 권력을 행사해 정권의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은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는 이후락. 사진 = 대통령기록관


군 출신 ‘제갈조조’, 최초의 권력실세 비서실장


제3공화국 첫 비서실장은 군 출신 이후락 소장으로 전술과 지략, 정보전에 능해 ‘제갈조조’라 불렸다. 인사권과 공천권에 적극 개입하면서도 박정희 대통령의 심중을 잘 읽어내 비자금관리 업무를 맡았는가 하면, 박 대통령이 수세에 몰렸던 1967년 대선에서 능란한 대처로 재선을 이끌어낸 뒤 이듬해 총선서 공화당 승리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도 부정선거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직을 사임함에 있어 잡음 없이 물러났을 정도로 남다른 충성심을 과시했다.


이후 주일대사로 숨을 고르던 이후락은 중앙정보부장에 임명되며 권력 2인자로 화려하게 복귀해 대통령 박정희의 오른팔로 자리매김했다.


승지인가 대원군인가 제갈조조인가, '비서실장'의 세계 역대 비서실장 중 최장기간 재임한 김정렴 실장은 경제와 행정에 두루 능한 관료출신 인사로 권력의 그림자에서 묵묵히 대통령을 보좌해 가장 오랜 시간동안 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사진 = 대통령기록관


최장수 비서실장은 9년 2개월 재직


87년 직선제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제가 된 이후 평균적으로 임기 내 비서실장은 4~5명이 임명됐으나 정부수립 후 최장수 비서실장의 재임기간은 9년 2개월로 이제는 불가능한 기록이 됐다. 기록의 주인공인 김정렴 실장은 이후락 실장 후임으로 임명, 재무부 장관과 상공부 장관을 거친 경제와 행정 전문가로 강력한 독재를 펼친 박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조용히 행정 전반의 업무보좌를 수행했다. 그는 1978년 총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건강상 이유를 들어 사임했는데, 1년 뒤 10.26 사건이 벌어지자 당시 청와대 인사들은 “김정렴이 청와대에 남아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는 후문.


사임 후에도 그는 “승지나 도승지는 드나 나나 말이 없는 법”이라며 외부활동을 삼가 그림자 실장의 모범을 보였다.


승지인가 대원군인가 제갈조조인가, '비서실장'의 세계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3월1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당시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과로로 생니 10개를 뽑아낸 비서실장


19대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노무현 정부의 4대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는데 정부 출범 당시 민정수석, 이후 시민사회수석과 다시 민정수석을 거쳐 비서실장에 임용된 것을 두고 당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있었으나 그만큼 신뢰하는 참모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다”라고 했을 정도로 신뢰 이상의 동반자 관계로 국정 전반을 이끌었는데, 정작 문재인 본인은 민정수석 재직 당시 ‘한계용량을 늘 초과하는 업무량’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멀쩡했던 치아 10개를 뽑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비서실장을 거친 인물들은 청와대를 나서는 순간부터 극과 극의 행보를 보여 왔는데, 노태우 정권의 노재봉, 김영상 정권의 한승수 비서실장은 각각 국무총리와 부총리로 영전해 꽃길을 걸었는가 하면 박근혜 정권의 허태열 초대 비서실장은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문 의혹사건에 6개월 만에 사임해야 했고, 김기춘 비서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돼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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