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민 사장 인터뷰
-박창민 사장, 내실경영 앞세워 1분기 영업익 2211억원으로 역대 최대
-올해 실적 목표치 달성 자신
-과천 재건축·부산 재개발사업 이어 베트남 등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이젠 수익성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과거처럼 무리하게 수주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무리 규모가 커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수주전에 뛰어들 필요가 없습니다."
원칙은 간단했다.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수주 확대가 건설사의 최우선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수익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현대산업개발에서 대우건설로 자리를 옮긴 그는 첫 외부 출신 사장으로서 회사를 찬찬히 들여다본 후 이런 결정을 내렸다. 박 사장은 "그동안 대우건설의 경영권 주체가 여러 번 변동되면서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외형 성장 위주로 가다 보니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며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사장은 이 전략대로 수익성을 정조준했다. 취임 이후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 체제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회사의 위험요인(리스크) 관리 조직을 전략기획본부로 통합해 수주부터 공사 종료까지 전 단계에 걸쳐 발생 가능한 모든 리스크를 검토·관리 중이다.
이런 전략은 오래지 않아 빛을 발했다. 대우건설은 1분기에 모두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2211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2조6401억원, 당기순이익은 191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해외 건설사업장의 손실을 재무제표에 조기 반영하는 '빅 배스'를 단행한 이후 바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3분기 실적 검토 보고서에 대해 회계법인이 '의견 거절'을 낸 직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외부 기관과 전 해외 현장을 점검해 향후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미리 반영하며 회계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올해 실적 목표 달성도 자신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매출 11조4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의 목표치를 제시했다. 그는 "올해 영업이익은 목표로 잡은 것보다 높을 것으로 본다"며 "1조원까지는 아니라도 그 가까이는 될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수익성 높은 사업만 골라 수주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특히 국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잘 맞아떨어졌다. 지난달 말 기준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1조5793억원으로 올해 수주 목표액(1조8000억원)을 이미 87.7% 채웠다. 숫자뿐만 아니라 내용도 좋다. 경기도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과 부산 감만1구역 재개발 등 '알짜' 사업을 품었다. 남은 곳간을 채울 프로젝트도 골라놨다.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부산 시민공원 촉진3구역과 서울 대치쌍용2차·신반포 15차 수주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해외 신도시 개발사업에서도 본격적으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는 해외 사업 중에서도 수익성이 좋기로 손꼽힌다. 여의도의 3분의 2 크기 면적에 빌라와 아파트·학교 등을 짓는 프로젝트로 사업비 21억달러(약 2조3700억원) 규모다. 현재 빌라 2차분과 상업·호텔·복합용지를 분양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다흐야 알푸르산 신도시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이다. 박 사장은 오는 11일 두바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 장관에게 설계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른다. 이곳은 사업비만 200억달러(약 22조6100억원) 규모로 본계약이 체결되면 역대 최대 해외 건설사업이 된다.
박 사장은 특히 베트남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는 "베트남 신도시 사업처럼 수익성을 갖춘 양질의 해외 개발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엔 베트남 신도시 개발사업 기반을 다지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베트남 법인도 설립했다. 박 사장은 "베트남은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6%대로 높고, 경쟁 상대인 중국은 베트남과 역사적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면서 "베트남을 향후 인도차이나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 기지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박 사장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대우건설의 체질 개선 작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순조로운 매각 작업을 위한 '몸 만들기' 차원이기도 하다. 대우건설은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 네 번째 매각 작업을 앞두고 있다. 매각 절차는 올 하반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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