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구매해 즉석에서 조리하거나 주문한 음식 재료 구매할 수 있어
집객 효과, 고객 체류시간 늘려 백화점·식품업계 적극 나서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여의도의 IFC몰에 위치한 올리브마켓에는 CJ제일제당의 가공식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직접 이를 주문해 먹을 수도 있다. 만두 판매대 옆에 만두 제조 기술을 활용한 수제 만두를 요리해 파는 '만두바'를 운영하는 등 제품 구매와 식사를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신논현역 인근의 파리바게뜨 마켓에서는 빵도 구매할 수 있지만 이를 활용한 간단한 요리 메뉴도 판매해 직장인들이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찾곤 한다. 반대로 식사하러 왔다가 밀가루, 계량기 등 제빵 관련 식자재를 사가는 경우도 있다.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을 한 곳에 모은 프리미엄 식품관, '그로서란트'가 유통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로서란트란 '슈퍼마켓'과 식당을 합친 개념으로, 재료를 사 즉석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고 방금 먹은 음식의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식품 매출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분수·낙수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업체들도 앞 다퉈 관련 시설을 구축하는 추세다.
그로서란트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백화점이다. 최근 고급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백화점으로 유인할 수 있는 집객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사뿐 아니라 구매를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장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고메이 494'는 국내 원조 그로서란트로 꼽힌다. 한화갤러리아는 2012년 국내 최초로 식료품점과 국내 유명 맛집들을 모은 그로서란트 콘셉트의 식품관을 열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600평 규모의 이탈리아 고급 식품브랜드 '이틀리'가 입점됐다. 신세계는 프리미엄 식품관 SSG푸드마켓을 목동에 오픈했고 강남점에는 '딘엔댈루카'라는 뉴욕 식품브랜드가 있다. 롯데백화점도 2014년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이탈리아 고급 식재료와 와인을 팔고 이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펙(PECK)이라는 식품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지난달 27일 문을 연 롯데마트 서울양평점은 식품매장에 그로서란트를 도입했다. 클린 클라스 스테이션에서는 참치해체쇼 등을 볼 수 있고 스테이크 스테이션에서는 고기를 구매해 원하면 바로 즉석에서 구워 먹을 수 있다.
식품업체들도 본격적으로 그로서란트를 오픈하면서 올해에도 관련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SPC그룹은 빵, 토스트, 수프 등 간단한 요리와 함께 제빵 관련 식자재를 판매하는 '파리바게뜨 마켓'을 오픈했고 에쓰푸드를 비롯한 육가공 전문회사들도 고급 햄과 소시지를 팔며 이를 활용한 브런치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CJ 제일제당 역시 IFC몰에서 자사의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직접 조리한 음식을 선보이는 올리브마켓을 운영중이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백화점업체들의 지난 7년간 품목별매출을 살펴보면 유일하게 '식품군'만 역신장 없이 연평균 6.2%의 견조한 성장을 보여왔다.
김지효 애널리스트는 "백화점 업체들이 식품군을 확대하는 전략은 대형 복합쇼핑몰 오픈 전략과 함께 집객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이라면서 "그로서란트를 브랜드화해 다른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고 평당 매출을 높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식품업체들이 그로서란트를 운영하는 이유는 매출 향상과 자사 제품 홍보가 목적"이라면서 "SPC 그룹의 경우 파리바게트 마켓을 통해 인근에 운영하던 직영점에 비해 30% 가량 높은 하루 평균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공개된 제빵실에서 제조과정을 소개해 파리바게트의 제조 기술 역시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