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공조 필수…맞대응 보다 국제여론 통한 간접 대응 선택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주한미군이 조만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실전 운용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중국의 추가적인 사드보복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27일 중국이 한국산 화장품 등에 대해 수입제한조치를 취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일단 북한 핵과 미사일 대응을 위해 중국과의 공조가 중요한 만큼 맞대응보다는 국제여론을 통한 간접 압박에 기댈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8일 "중국이 추가적인 보복조치를 하고 있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중국으로서도 한국내 여론,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는 만큼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드에 대한 항의를 경제보복으로 보이는 중국의 자세에 국제적 비판 여론이 있는 만큼 중국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특정 사안(사드)에 대한 중국의 인위적 조치에 대해서는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에 목소리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힌 것도 국제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차원이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를 활용한 우회 압박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드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교역량이 증가했으며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품목 역시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내 중국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고 사드에 대한 경제 보복를 바라보는 국제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도 중국은 잘 알고 있다"면서 "화장품, 여행에서 규제 품목을 추가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인식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중이 공조를 벌이는 상황에서 굳이 중국과 강하게 맞설 이유가 없다는 점도 간접 대응에 무게를 싣는다. 사드가 본격 가동되면 중국이 더욱 예민해질텐데 현 단계에서 우리나라가 섣불리 강하게 맞설 경우 중국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은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국내외적으로 위신이 깎일 수 없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강하게 항의하면 중국도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 우리나라 화장품 등에 대한 중국의 추가적인 수입제한조치가 사드와 직접 관련이 돼 있는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사안을 파악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사안마다 맞설 경우 오히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의 사드보복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의 보복조치가 소강상태에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반대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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