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에 중간 계약 변경·8개월 넘도록 사업대금 지급 안해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서울메트로가 지하철 승강장안전문(스크린도어) 관련 하청업체에 이른바 ‘갑(甲)질’을 한 정황이 내부 특별감사에서 포착됐다.
24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스크린도어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하는 서울메트로 소속 ‘승강장안전문관리단’은 지난해 스크린도어 제어장치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하면서 사업을 수주한 하청업체에 중간에 사업내용을 변경하고, 대금을 사업이 끝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최근 내부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이 사업은 스크린도어 제어장치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됐다. 총 계약금은 3억4200여만원이고, 지하철 1~4호선 120개 역사 중 시청역(2호선), 지축역(3호선), 당고개역(4호선) 등 89개역이 대상이었다. 계약기간은 지난해 5월24일부터 8월15일까지였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단은 당초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 설치하도록 했다가 중간에 기존 소프트웨어에 제어모듈을 삽입해 성능을 개선하는 쪽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관리단 계약담당 직원이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이 내용을 업체에 구두로 통보했으며, 이 과정에서 고압적인 언행을 행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은 지난해 8월 마무리 됐지만 서울메트로는 사업 종료 8개월이 넘도록 A사에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서울메트로 한 관계자는 “계약기간을 초과해 사업을 마무리 하는 등 사업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추가 비용 부담 문제로 A사와 협의 중이어서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메트로는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계약담당자에게만 경고 처분을 내리는 솜방망이 징계를 한 상태다. 서울메트로는 또 이 프로그램 개선 사업이 지난해 5월 발생한 구의역 승강장 사고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는 같은 보고서에서 스크린도어 장애물검지센서 장애발생과 관련해 “승강장안전문관리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스크린도어 장애발생 건 중 장애물검지센서 장애가 17%로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센서 장애로 인해 스크린도어 닫힘 장애발생, 전동차 지연운행 발생, 승객안전사고 발생 등 위험요인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의역사고는 지난해 5월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 김모(당시 19세)군이 전동차에 치어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은 2인 1조로 진행해야 한다’는 안전 수칙만 지켰어도 김군이 사망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김군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또 김군과 같은 비정규직은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 환경에 처해 있는 반면 서울메트로에서 외주업체로 옮긴 전적자들은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고 일한 것이 알려져 메피아(메트로+마피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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