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의견수렴해 결정한 16공구 노선
주민 항의에 공사 중단
1년 끌다 '30m 이동' 결정하자
이번엔 '원안대로 진행' 반발
국토부 찾아 항의 시위에 또 차질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동해선 포항~삼척 16공구 구간 공사가 10여년째 표류하고 있다. 수년간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노선을 확정해놓고도 다시 주민 반발에 노선을 바꾸자 '노선 변경'과 '원안 고수'를 요구하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구간은 동해선 16공구의 강원도 삼척 근덕면 초곡리(운암마을)와 매원리(원평마을), 추천리(원평마을)를 지나는 4㎞다. 2005년 해당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9년 만인 2013년 노선을 확정하고 지난해 설계를 마쳤다.하지만 2015년 5월 해당 지역 일부 주민들이 소음ㆍ진동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노선을 내륙 방면으로 30m가량 이전하는 방안을 요구해 현재까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철도 노선이 마을을 관통할 경우 소음ㆍ진동 피해는 물론 마을 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5월 해당 3개 마을 이장들이 삼척시를 찾아 항의에 나서자 삼척시는 관련 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9월 이 같은 노선변경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궁촌리는 노선 변경이 없어 주민의견을 따로 받지 않았다. 이 결과 초곡2ㆍ매원리 주민 86가구 중 58가구가 찬성했고 이에 따라 삼척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매원정거장을 7번 국도 쪽으로 30m 수평 이동하는 방안의 검토를 요청했다. 공단은 이를 받아들여 노선 설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포항~삼척 철도 노선이 근덕면 일원 3개 마을을 근접 통과함에 따라 철도 소음ㆍ진동 피해 등을 사유로 주민투표를 거쳐 삼척시가 노선 변경을 요구한 사안"이라며 "이를 토대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보완 설계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내에 착공해 이르면 2018년 말께 공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선 변경 결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원안 고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공사는 또다시 중단됐다. 노선변경반대협의회와 원평관광활성화추진협의회ㆍ식경보호국민운동본부는 소수 주민의 항의에 원안이 변경됐다며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원안대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찾아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원평관광활성화추진협의회 관계자는 "그동안 삼척시와 철도공단 등은 '30m 노선을 변경해달라'는 소수 주민의 항의에도 다수가 확정 서명한 노선을 절대 변경할 수 없다고 했는데 갑자기 이를 바꿨다"며 "국가가 확정한 정책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또 30m 노선이 변경되면 바다관광 해수욕장의 필수인 녹지대를 추가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혈세 낭비와 함께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척시 관계자는 "노선 변경은 다수 주민이 요구한 사안으로 관련 법에 맞게 주민투표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친 만큼 선형 변경을 반영한 설계안을 통해 공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철도공단은 이달 말 노선변경을 반영한 계획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진행한 뒤 국토부에 사업실시계획 승인을 요청할 방침이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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