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규모 투자'…프리미엄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기업가치 대부분 재평가될 것…실적 하락도 불가피"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국내 화장품업계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지난달부터 노골화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으로 불확실성이 보다 커지고 있는 이유에서다. 보복의 지속 여부, 강도 등에 대한 예측도 어려워 회복 시기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 줄타격도 예측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가치의 상당부분을 재평가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ㆍ중 관계가 악화되기 전에는 중국 화장품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던 것이 '프리미엄'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는 것.
13일 BNK투자증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수기에 진입할수록 화장품 소매판매액 감소폭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달 방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수가 전년동월대비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방한 요우커 수 감소로 면세점 매출액 기여도가 높은 국내 1~2위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실적하락도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소매판매액은 지난 2월 전년동월대비 2.8% 증가한 301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은 전년동월대비 16.2% 증가하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제재 조치로 중국 보따리상들의 사재기 효과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장품업체들의 피해가 정점에 이르는 때는 올해 2분기로 전망됐다. KB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3%, 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이후의 실적 가시성도 매우 낮아진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2분기 면세점 매출액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32%,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국내 면세점 매출은 40% 역성장하고, 해외 면세점 매출은 40% 성장하는 것으로 KB증권은 추정했다.
방한 단체 관광 상품의 판매 중단으로 중국인 입국자수가 전년 동기간 대비 40% 이상 감소, 면세점 매출액 비중이 높은 업체들과 핵심 상권의 브랜드숍들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불법 보따리상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점도 실적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한 요인이다.
박신애ㆍ송재원 KB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들의 중국 투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의 규모 및 성장성은 여전히 타 국가들 대비 우위에 있으나, 과거에 중국 화장품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던 것이 기업 가치의 프리미엄 요인으로 작용하던 부분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불확실성은 보다 커질 전망이다. 3, 4월 입국자수는 전년동월대비 각각 25%, 5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불안한 정세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실제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업체들도 사업규모를 연초 계획보다 소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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