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대우조선해양이 채무재조정에 실패해 P플랜(Pre-packaged Plan)으로 갈 경우 최대 40여척의 계약 취소가 이뤄질 수도 있는 등 유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삼정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를 보면 P플랜 시 건조공정 등을 고려할 때 총 8척의 선박 건조계약 취소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면서 "하지만 이는 거의 취소가 확실시 되는 숫자로 통상적인 법정관리 돌입에 준하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 최대 40척의 계약취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선박과 해양설비는 총 114척이다. 이중 계약서에 선박 건조계약 취소(Builder's default) 조항이 있는 경우는 96척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유전개발업체 시드릴이 발주한 드릴십 2척과 인도대금을 받기 위해 한창 협상이 진행 중인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 2척이 포함돼 있다. 2건의 계약에만 현재 2조원 정도의 대금이 묶여 있다. 이 금액 또한 P플랜 가동 이후 계약 취소가 이뤄지면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P플랜 시 신규자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발주 취소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선주들의 계약 취소는 대규모 선수금 환급요청(RG콜)으로 이어지게 된다.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선 금융기관들은 계약금을 다 물어줘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P플랜 이후에 대한 많은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어느 누구도 정확한 파장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어떤 기업도 해본 선례가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계 기관들이 협의를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P플랜에 돌입할 경우 신규 선박 발주에도 난항을 겪게 된다. P플랜은 법정관리를 거치기 때문에 해외 선주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꺼리게 되고, 결국 대우조선해양의 부족자금은 더 커지게 된다. 경쟁입찰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오랜 신뢰관계를 쌓아온 발주처들로부터 따냈던 수의계약마저도 P플랜 이후에는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 법원이 주도하는 채무 재조정으로 채권자들은 출자전환 비율이 90% 이상으로 커지게 된다. 쉽게 말해 원금의 10%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삼정회계법인은 P플랜으로 대우조선해양 전체 무담보채권 4조5419억원 중 90%가 출자전환될 것으로 봤다.
한편 이날 정부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어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재조정 상황 등을 점검한다. 경제현안 점검회의는 최근 현안에 대해 관계기관 장관들이 모여 격주에 한 번씩 열리는 회의다. 정부는 채무 재조정 논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P플랜 돌입 이후 대응 상황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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