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대우조선해양 회사채 가격이 3000원대로 폭락했다. 지난달 말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의견 ‘한정'이 나오면서 회사채 상장폐지가 결정되자,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진 것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장내채권시장에 상장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5종목 모두 액면가 1만원인 채권값이 3000원대 중반으로 폭락했다. 오는 21일 만기도래하는 대우조선해양6-1(4400억원)은 지난달 정부의 ‘50% 출자’ 방안이 나오면서 급락을 거듭해 4000원대로 떨어졌었다. 이후 ‘거래정지’ 결정에 따른 추가 하락으로 5일에는 3600.6원까지 추락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달 29일 감사보고서 ‘한정의견’을 받으면서 장내채권시장에 상장된 회사채 5종목도 폐지 결정됐다. 지난달 30일부터 3거래일간의 거래중지 이후 이달 4부터 7거래일 간 정리매매기간을 거쳐 상장폐지된다. 정리매매기간이 시작된 4일 만기를 보름여 앞둔 대우조선해양6-1을 포함, 오는 7월과 11월 만기도래하는 대우조선해양4-2(3000억원)과 5-2(2000억원), 내년과 후내년 만기도래하는 대우조선해양7(3200억원)과 6-2(600억원) 2종목까지 일제히 3000원대 중반으로 폭락했다.
특히 오는 7월 만기를 앞둔 대우조선해양4-2의 경우 감사의견 ‘한정’이 나오기 전까지 급감했던 거래량이 정리매매가 시작된 4일 10배 가까이 늘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정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자구노력 이행실적이 목표의 30%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 ‘한정의견’ 평가가 투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킨 것이다.
지난해 채권단 자율협약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채권값이 7000원대로 떨어지자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접근한 개인투자자들은 스스로 폭탄을 떠안게 된 상황이다. 회사채 5종목 전체에서 개인투자자 보유비중은 10%를 살짝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1일 만기도래하는 대우조선해양6-1의 경우 보유비중이 20% 초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안대로라면 회사채 절반은 주식으로 출자전환받게 되는데 주가가 떨어지는 만큼 손해를 안게 된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출자전환비율이 50~80%로 책정되면서 투자자회수율은 대우조선해양 주식가치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업전망과 향후구조조정에 따른기업가치변화 등을 감안하면 투자자 손실은 불가피해보인다”고 말했다.
김선주 SK증권 연구원도 “동양사태 때는 ‘불완전판매’ 이슈가 있어 개인투자자 구제책이 따로 논의됐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개인투자자들도 상황을 알고 뛰어든 것이어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정부는 국책은행이 무담보 채권의 100%, 시중은행이 80%, 회사채 및 기업어음(C))를 보유한 사채권자가 50%를 각각 출자전환하는 2조9000억원 규모의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면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조건부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다. 오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서 정부안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온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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