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보수]전례 없는 보수층의 고민…고개 드는 '차악' '대안' 선택론②

중도·보수정당은 표면적으론 '마이웨이',

물밑에선 연대·단일화 개별 논의

'대안 선택론' 뒤집을 유일한 변수는 연대·단일화 뿐

보수 진영의 분열보다,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 보수 가치의 상실이 더 큰 문제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중도·보수 정당들이 '마이웨이'를 외치며 연대·단일화 논의를 표면적으로 거부한 가운데 '대안 선택론'을 뒤집을 수 있는 변수는 연대·단일화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선 보수층 스스로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고, 유권자 홀로 대안을 찾아 '제한적 합리성'을 드러내려는 성향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현재로선 정치공학적 연대·단일화 외에는 국정 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 이후 흐름을 바꿀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소장도 이번 선거를 유권자들이 '덜 싫은 후보'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봤다. 과거 사례를 찾기 힘들지만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인 1997년 대선을 꼽을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집권여당의 실정으로 보수 진영은 불리한 국면에 처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보수층이 크게 요동치진 않았다. 보수 진영의 이회창 후보가 박빙의 승부까지 가면서도 석패했던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탓이었다.

홍 소장은 "1997년 대선의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보수 진영은 이회창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지닌 유력 주자가 있었다는 게 지금과의 차이점"이라며 "(현재 보수 진영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 표가 결집할 (확정적) 후보가 없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 유권자들이 망가진 보수를 스스로 교체하고 개혁할 후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 현 상황을 놓고 보수 진영의 분열에 책임을 돌릴 수 없으며, 보수층은 이미 특정 후보를 배제하는 쪽으로 '전략적 투표'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홍 소장은 "(정치는 생물이기에)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할 순 없다"면서도 "일부 보수층은 투표를 거부하고, 또 일부는 비(非)보수 진영 후보를 지지하면서 대안 선택론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처럼 보수 후보끼리 보수적인 가치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를 지속한다면 대안 선택론은 결국 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