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정보전자소재·화학사업 모두 고전
배터리 공장 3년 누적순손실 200억 넘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LG화학이 지난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사업에서 무더기 적자를 냈다. 박진수 부회장이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지만 실적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중국 정부의 배터리 사업 견제에 화학제품 자급률 상승,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서 비롯된 정치외교적 이슈까지 겹쳐 3중 타격을 받은 탓이다.
5일 LG화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법인은 지난해 적자를 내거나 흑자를 냈더라도 전년 대비 실적이 모두 감소했다. 대표적인 것이 배터리 사업이다. 중국 난징에서 소형·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법인은 지난해 175억6200만원의 당기순적자를 냈다. 이 법인은 2014년 설립된 이래 3년 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14년 1억2400만원, 지난해 35억4100만원으로 적자폭도 확대됐다. 3년 누적 순손실액은 200억원을 넘었다.
중국에서 배터리 사업이 고꾸라진 것은 수요처인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LG화학을 비롯해 국내 기업의 배터리 사용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국내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견제에 나선 영향이 컸다. 여기에 '사드 보복'으로 모범규준 인증까지 미뤄지면서 사실상 중국 판매길은 완전히 막혔다. 지난해 중국 내 배터리공장 가동률이 20% 수준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 진출한 또다른 기업인 삼성SDI 역시 지난해 386억7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편광판 중국법인도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편광판은 TV LCD 패널 전·후면에 부착, 빛을 통과시키거나 차단해 색을 구현하는 필름으로 LCD의 핵심소재다. LG화학은 중국 내 LCD(액정표시장치) 수요를 고려해 2004년 진출, 지난해까지 증설 등 전방위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전방산업인 LCD가 더이상 성장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실적이 오히려 하락했다. 편광판 중국법인은 2015년에만 하더라도 286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291억6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강점을 갖고 있는 화학사업에서도 고전을 이어갔다. 중국에서 PVC(폴리염화비닐) 사업을 도맡고 있는 LG화학의 중국법인은 지난해 480억51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폭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중국 내 석탄 구조조정으로 석탄기반의 PVC 생산 감소이 감소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 내 PVC 회사를 합병하는 등 호재가 있었음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는 한화케미칼의 PVC 생산법인이 지난해 619억8700만원의 흑자를 낸 것과도 대조된다.
흑자를 유지한 다른 법인들도 실적이 많이 줄었다. 합성고무제품(SBS)을 제조·판매하는 중국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113억2700만원에서 지난해 70억3200만원으로 줄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일반 플라스틱보다 강도가 높고 가벼워 자동차·전자 부품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중국 법인 역시 절반 가까이 흑자폭이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경쟁력 강화 등 노력 기울이고 있지만 사드 보복 등 중국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중국 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앞으로 사업하기는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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