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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박성수 회장, 이랜드 37년만에 상장 추진…부채위기 넘는다(종합)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1초

이랜드파크는 리테일서 분리, 이랜드월드는 지주회사 구조 확립 등 기업구조 개편
"상장심사 기다리기보다 자회사 분리 전략 선회…단독 상장 시 상장 가치 향상 기대"
지분 매각으로 6000억원 자금 조달

은둔의 박성수 회장, 이랜드 37년만에 상장 추진…부채위기 넘는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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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이랜드가 외식부문인 이랜드파크를 이랜드리테일서 분리하고, 이랜드월드는 실질적 지주회사 구조로 확립시키는 등의 기업구조 개편을 실시한다. 또 뉴코아와 2001아울렛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2018년까지 상장을 완료하기로 했다. 당초 이르면 올 5월 안에 상장이 완료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자회사인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문제로 상장 절차가 계속 지연돼왔다. 회사 측은 이랜드파크 분리 후 이랜드리테일 단독 상장 시 상장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일 이랜드그룹은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랜드리테일 지분 매각을 통해 6000억대의 자금을 확보해 재무구조와 신용등급 안정화를 먼저 이루는 한편 이랜드리테일의 자회사인 이랜드파크 등을 분리하는 선제적 기업구조 개편 후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랜드리테일 상장은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잉글랜드'라는 이름의 보세 옷 가게를 열고 패션유통사업에 뛰어든 지 37년만이다. 박 회장은 이랜드를 2017년 국내 29개, 해외 124개 계열사를 보유한 매출 10조원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기간동안 이랜드는 외부 주주들의 참여를 통해 사세를 확장시키기보다 박 회장 개인의 역량에 따라 운영돼왔다. 일부에서 알려진 것처럼 박 회장이 외부 주주들의 간섭을 꺼려 의도적으로 비상장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장을 통한 외부조달까지 받으며 자금을 운용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은둔의 박성수 회장, 이랜드 37년만에 상장 추진…부채위기 넘는다(종합)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사진=아시아경제 DB

박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나가기 전까지, 매출 위주의 외형성장보다 내실 경영을 추구해왔다. 현금흐름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경영 시스템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는 않았던 것. 특히 중국에서 높은 성장을 이어가면서 현금창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차입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았다.


그랬던 이랜드가 '비상장' 방향을 선회해 37년 만에 뉴코아와 2001아울렛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을 상장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급속도로 세를 키운 M&A로 재무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2010년부터 공격적으로 실시한 인수합병(M&A)으로 부채비율이 급격히 올라갔다. 박 회장은 폐업 직전의 부실기업을 인수해 부활시키는 식으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룹 외형을 확장시키기 시작,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이랜드그룹이 성사한 M&A만 20건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사세를 넓힐 수 있었던 M&A는 최근 글로벌 패션산업 한파 속에서 부채비율 증가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은 2011년부터 300%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신용평가가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내렸다. 여기서 추가로 강등되면 투기등급이 된다.


벼랑 끝에 내몰리면서 이랜드는 최근 주력 의류브랜드인 티니위니를 중국 브이그라스에 8770억원에 매각했다. 이 매각으로 부채비율은 240%까지 낮아질 전망이지만, 이랜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채비율을 연내 200% 밑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내년 상반기까지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총매출 5조, 전국 53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유통 법인으로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를 한 바 있다. 이랜드는 자기자본과 매출액 등이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 형식적 요건이 충족돼 이르면 올 5월 안에 상장이 완료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랜드리테일이 최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인 이랜드파크의 이슈가 생기면서 한국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위한 심의 계획이 미뤄지고 상장 절차가 계속 지연됐다.


이에 이랜드는 이슈가 있던 계열사를 분리 매각해 IPO 상장을 추진,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이슈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용등급 상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이랜드리테일의 일부 지분 매각으로 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주관사인 동부증권 및 큐리어스파트너스가 투자구조 협의 및 외부투자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들어오는 매각자금으로 이랜드리테일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3000억원을 해결하고,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파크 지분을 매입해 기업 구조가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이번 구조개편을 통해 이랜드리테일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며, 그룹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단절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302억원인데 반해 이랜드파크 등 자회사를 통합한 이랜드리테일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743억까지 떨어져 상장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따라서 자회사 분리 후 단독 상장 시 상장 가치가 크게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랜드리테일 IPO 가치 최적 시점에 상장을 완료하게 하는 의무조항을 둬 계획대로 상장을 진행한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파크의 지분인수를 통해 실질적 지주회사 체제로 한발 더 내딛게 된다. 이번 딜을 통해 이랜드월드를 상위로 한 자회사간 수평구조가 이뤄지지만, 향후에는 이랜드월드 내 패션사업부를 별도로 독립시켜 이랜드월드를 확고한 지주회사로 세운다는 계획이다.


현재 투자자 실사를 진행 중인 이번 딜은 5월 중으로 투자자 의사결정이 완료되고 6월 중 딜크로징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이랜드리테일의 상장 시점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CFO는 "이랜드파크 외식 사업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했으나 상장 절차는 계속 지연됐다"면서 "수동적으로 기다리면서 대응하기보다는 선제적, 주도적으로 움직여서 상장을 적극 추진하고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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