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채권단 돌려세울 카드에 관심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강구귀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주어진 시간이 22일 밖에 남지 않았다. 박 회장이 이 기간 동안 전략적 투자자(SI)를 통해 9550억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금호타이어는 중국 더블스타에 품에 안기게 된다.
채권단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박 회장은 소송 등 채권단을 '읍소'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 선택 카드는 = 박 회장은 다음달 19일까지 계열사를 통한 자금조달 금지, 재무적 투자자 배제와 같은 우선매수권의 기본원칙하에 컨소시엄 구성안과 자금조달 계획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채권단이 전날 조건부 허용을 결정하면서 구체적이고 타당성이 있는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하라고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안에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전 원칙을 바꾸면서 까지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줄 내용이 없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더이상 지역 민심에 읍소하는 것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자본으로의 국부 유출 논란도 해묵은 방법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박 회장은 컨소시엄에 참여할 업체나 투자자와 함께 정확한 자금 규모와 조달 방법 등을 우선적으로 밝혀야만 한다. 이것이 채권단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을 둘러싼 상황은 어렵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보장되는 '선 컨소시엄 허용'이 부결되면서 인수대금 마련을 위한 SI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결의한 조건부 컨소시엄 허용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 박 회장이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면 채권단 표결로 컨소시엄 허용을 논의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재무적 투자자로 알려진 중국계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ㆍ사드) 배치 임박에 따라 중국 정부가 한국 내 자금유입을 막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지역 산업계와 정계가 외국계 자본인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계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이 드러나면 도리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 소송전으로 가나 = 박 회장 측은 컨소시엄 구성안 제출 보다는 법적 소송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회장 측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겨냥한 여론전과 동시에 '금호' 상표 사용 불허나 우선매수권 행사시기 연장, 법원 가처분신청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금호타이어 매각작업 저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컨소시엄 허용 안건을 부결시키고, 한편으로는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조치는 앞뒤가 맞지 않고 이율배반적인 결정이다"며 "SI 등 투자자 모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법적인 절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조건부 허용 결정에 대해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한 채권단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단은 지난 13일 중국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주식 42.01%를 9550억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 회장은 단 1원이라도 더 내면 금호타이어를 가져갈 수 있다. 산은은 우선매수권이 박 회장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하는 건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이에 박 회장 측은 "주주협의회에 정식으로 안건을 부의해 달라는 요청을 무시했다"며 절차를 문제 삼아 소송에 나서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산은은 이미 더블스타에 '우선매수권은 박삼구 회장 개인에게 한정된 권리'라는 점을 다시 확인해줬다. 이를 뒤집으면 더블스타가 법적 대응에 나설 빌미를 주게 된다.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더블스타가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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