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국무 韓·中·日 순방 시점에 제재카드 만지작
"북한 압박할 수 있는 모든 수단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
北, 아직 SWIFT망 사용하는 등 美 제재 실효성엔 의문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미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해 제재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3국 방문 시점에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WSJ는 미 국무부와 아시아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 없이 대북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중국을 향해 북한 제재에 적극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전해왔지만 중국 기업들이 여러 경로로 북한 경제를 지원하면서 '정부 대 정부'의 대응이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언급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중국 기업을 활용하거나 위장회사를 설립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이 중국 통신회사 ZTE에 이란에 대한 장비 판매를 이유로 12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것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세컨더리 제재'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세컨더리 제재는 북한을 지원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이 15일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3개국을 방문하면서 세컨더리 제재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며 (제재에) 가장 효과적인 조합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일본 한국에 이어 18~19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등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정부도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역할에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는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어떤 정치적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또 조지 W. 부시 정부가 금융 제재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키려고 했던 것과 유사한 전략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금융 제재가 북한 압박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WSJ는 미국이 제재 조치를 내린 북한은행 4곳이 여전히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거래망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프트가 최근 유엔이 제재 대상으로 꼽은 북한은행 3곳을 퇴출한 것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2013년 조선무역은행과 금강은행, 고려신용개발은행, 동북아은행 등을 금융 제재 대상에 올려뒀다.스위프트 측은 "특정국가가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해당 정부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미국이 꺼내든 대북 압박용 금융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여서 향후 미국이 내놓을 제재 수준에 촉각이 모인다. 중국은 안방보험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오는 4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선임 고문으로 있는 가족 회사에 4억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등 긴장을 풀기 위한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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