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 결정문에 현대차·롯데·포스코·KT 등 거론
미르·K재단 설립은 '기업의 재산권·경영 자유 침해'
5가지 쟁점중 뇌물 수수에 대해서는 언급 안해
"삼성의 최순실 지원은 대가"라는 특검 판단과 상이
이재용 뇌물 공여 혐의 재판서 논란 커질 듯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10일 각 기업들 역시 숨죽이며 TV 중계를 지켜봤다. 탄핵 여부와 별도로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자금을 지원한 대기업들은 헌재가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도 초미의 관심거리였다.
헌재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대통령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국정논단과 관련된 기업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헌재가 선고문에서 열거한 대기업들은 현대자동차, 롯데, 포스코, KT 등이다.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기소로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삼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된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
헌재는 이번 탄핵 심판에서 쟁점을 ▲최순실 등의 국정 농단에 따른 대통령의 헌법 원칙 위반 ▲대통령의 공무원 부당 좌천과 민간 기업 인사 개입 등 권한 남용 ▲정윤회 사건 보도 과정에서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세월호 참사 관련) ▲뇌물수수 등 형법 위반 등 5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그런데 선고문에는 이중 뇌물 수수와 관련한 내용은 빠져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헌재는 선고문에서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은 최서원(본명 최순실)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했다"고 적시했다.
또 헌재는 "피청구인은 안종범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하여,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 288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K스포츠를 설립하게 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최서원의 요청에 따라,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KT에 특정인 2명을 채용하게 한 뒤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했으며 그 뒤 플레이그라운드는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돼 KT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다"고도 명시했다.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통해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케이가 스포츠팀의 소속 선수 에이전트나 운영을 맡기도록 한 점,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해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해 하남시에 체육 시설 건립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 점도 결정문에 포함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헌재가 박대통령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기업의 재산권 침해'와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 등 대기업들이 '대가'를 바라고 최순실씨를 지원했다는 특검의 판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출연금 등 총 430억원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 5명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특검은 이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의 대가로 봤으나 삼성은 "대통령의 공갈·강요에 의한 지원"이라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헌재의 탄핵 결정문에 박 대통령의 뇌물 수수 여부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헌재가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문만 보면 기업들이 박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K스포츠, 미르재단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본 기존 검찰 수사 결과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헌재가 뇌물죄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헌재의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헌재의 결정문이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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