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외교적으로 어떤 반응 보이는지 듣고 있지만 제 판단으로는 아직 정치와 경제문제를 별개로 볼 수 있다.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국가로서 정치적 문제에 대해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2월 1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ㆍ미간 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협의 문제와 관련,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같이 말했다.
1년 후인 3월 롯데는 사드후보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전방위 보복을 당하며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롯데 뿐만 아니라 중국에 기대며 성장해온 화장품,항공, 여행, 관광 등 서비스업계도 직간접 피해를 입고 있다. 다급해진 롯데가 정부에 SOS까지 쳤지만 정부당국의 대책은 사실상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는 신동빈 회장의 말의 비용치고는 너무 크다.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곤 보호무역으로 손해를 입은 우리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그 마저도 중소기업청의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상규정을 고친 것이다. 롯데는 대상이 아니다.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한국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아직까진 트럼프행정부가 주도한 수입규제는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산 우선주의와 국경세 도입 논의는 삼성과 현대차, LG 등 주요기업의 대미국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더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까지 논의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주요 통상 정책별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긴급 현안 점검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기업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
정부당국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철저한 자구계획 이행과 신규자금 지원 불가라는 원칙을 세웠다. 현대상선은 결국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고 한진해운은 파산했다. 해운강국의 몰락 우려와 물류대란 사태가 예견됐지만 정부당국은 해운업 육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며 물류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컨틴전시플랜을 가동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물류대란이 벌어졌고 정부당국은 그책임을 한진해운에 돌렸다.
해운업은 반토막 났고 운임이 덩달아 상승하면서 모든 피해는 화주(수출입기업)에 돌아갔다. 해운의 몰락은 신규 수주에 목말라있는 조선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뒤늦게 해운업 육성방안을 내놓았지만 육성의 대상인 해운업은 이미 고꾸라진 상태다.
산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정부정책이 일관성과 신속성이 있어야 기업과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하지만 정부를 믿었다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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