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방송·이통 450만 '슬로族', 권리냐 알박기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0초

아날로그방송 가입자 360만명 수준
UHD·VR 등 차세대 콘텐츠 시청 못해
2G 통신망 이용자도 아직 91만명
보편 서비스 향상 '공익' 對 소비자의 '권리'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빠른 기술변화 속에서도 과거 기술체계를 선호하는 '슬로족(族)'. 시대를 거슬러 살아가는 소비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방송과 통신시장에서 이들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방송은 디지털에 이어 초고화질로 넘어가는 단계인데도 여전히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가 360만명에 달한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5G 기술 상용화가 언급되고 있는 마당이지만 2세대 이동통신망(2G)에 머물러 있는 사용자는 91만명에 달한다. 사업자는 물론 정부도 이들을 새로운 버전으로 강제 전환시킬 수도 없는 처지에서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방송·이통 450만 '슬로族', 권리냐 알박기냐
AD


특히 디지털 방송 전환을 놓고 케이블 업계의 시름이 깊다. 유료방송 가입자 2918만명 중 디지털 방송 시청 비율은 87%다. 케이블TV의 경우 전체 가입자는 약 1400만명 수준이고 디지털 가입자는 1019만명이다. 약 360만명이 아날로그 가입자로 남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28일 연 '유료방송 발전방안 후속조치를 위한 공청회'에서도 아날로그 가입자와 관련한 고민이 터져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아날로그 방송 송출 유지에 따른 케이블 사업자의 비용부담도 있지만 향후 시청자들이 UHD나 가상현실(VR) 등 미래형 콘텐츠를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이른바 방송 격차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와 소비자 간 의견대립은 첨예해지고 있다. 업계는 공공성과 보편성을 내세우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케이블업계는 아날로그 TV에서도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게 하는 컨버터 보급,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도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게 하는 '8VSB' 등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려고 한다.


케이블 사업자 관계자는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함으로써 차세대 방송서비스를 위한 여력을 늘릴 수 있다. 디지털 방송을 통한 고화질·고품질의 콘텐츠 제공이라는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나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내가 선택하고 구입한 아날로그 방송이라는 상품을, 사업자가 마음대로 종료하거나 회수할 수 있느냐"는 목소리다. 리모컨 한 번 잘못 눌렀다가 어떻게 채널을 전환하는지 몰라 손자나 자녀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했다는 의견부터, 차세대 서비스의 비용상승이 부담돼 기존의 저렴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겠다는 취약계층의 항변까지 다양하다.


이동통신의 기술버전 업그레이드 문제도 만만찮다. 이통사들은 2G 서비스를 종료함으로써 3G, 4G, 5G 등의 차세대 이통망 서비스를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는 2012년 2G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2G 가입자들을 모두 3G로 전환시켰다. 이 과정에서 KT는 단말기 할부금 지원이나 유심 교체 비용 지원 등으로 소비자의 자발적 전환을 유도했다.


그러나 잡음도 만만치 않았다. 문자와 통화만 필요한 소비자들은 저렴하고 익숙한 2G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고 싶어했다. 새로운 전화번호로 인해 기존의 사업이나 친목활동에 악영향이 미칠까 걱정한 소비자도 있었다. 혹은 '바꾸지 않고 버티다보면 사업자에서 비싼 돈 주고 바꿔가겠지'라고 생각하는 '알박기형' 소비자도 있었다.


이제는 2G서비스를 제공 중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숙제가 됐다. 미래부에 따르면 1월 기준 2G 가입자는 91만명 수준이다. 미래부는 2G 이동통신용 주파수 사용기간을 2021년 6월까지 잡아놨다. 이 기간 2G 가입자들이 차세대 서비스로 전환할지, 아니면 강제 이전될지 알 수 없다.


일단 두 사업자는 2G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 소홀함이 없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011, 017번호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2G 고객이 여전히 많다"며 "고객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