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상박인(龍虎相搏)가? 미국 드론 기술의 진화와 미국을 추격하는 중국 드론의 눈부신 발전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드론에 관한한 미국은 하늘을 날며 세계를 벌벌 떨게 하는 용, 중국은 승천하는 용을 강건한 앞발로 후려치는 범라고 해도 가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군사용 드론의 최강자이고 중국은 상업용 드론의 최강자다. 군사용 드론에서 미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술 선진국조차 공격용 드론을 이제 개발, 배치하는 단계인데 미국은 1세대 전투 드론 MQ-1을 퇴역시키고 더 빠르고, 더 크며, 더 많은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2세대 MQ-9로 교체하고 있다. 무장 드론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을 만큼 드론 기술력을 갖춘 중국도 외형이나 능력이 MQ-9에 버금갈 윙룽2호를 개발, 처녀 비행에 나서는 등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보다 한 수 위인 미국은 과연 드론 경쟁에서 중국의 추격을 용납할까?
◆‘킬러 드론’ 프레데터, ‘침묵의 암살자’ 리퍼로 모두 교체하는 미국=전투용과 장거리 정찰 드론을 운용해온 미국은 새로운 드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투 드론을 더 크고 무기 탑재량이 더 월등한 최신형으로 교체한다.
미 공군은 지난달 23일 내년 6월 말까지 MQ-1 프레데터를 전량 퇴역시키고 내년 말까지는 MQ-9 리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Q-1과 MQ-9은 전투 임무 드론이다. 전자의 별칭은 ‘프레데터(약탈자)’ 후자는 ‘리퍼(저승사자)’이다. 프레데터는 1995년부터 22년간 , 리퍼는 2007년부터 10년간 비행했다.
프레데터는 처음에는 카메라와 센서로 정찰하는 임무를 수행했지만 이후 개량을 통해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하게 됐다. 프레데터는 많은 전쟁에 참여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의 보스니아 개입, 이라크전, 예멘과 세르비아, 리비아 내전, 시리아 개입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소말리아 전쟁에도 참여했다. 주로 CIA와 미공군이 주로 이용했다.
무인기의 명가 제너럴어토믹스가 생산한 프레데터는 길이 8.22m, 동체 포함 날개 너비 14.8m, 높이 2.1m다. 순 기체 중량은 512kg, 최대 이륙중량은 1t정도다. 엔진 출력도 101마력에 그친다. 따라서 최고 속도가 시속 222km, 순항속도가 160km, 최대 상승 고도가 7.6km 정도다. MQ-1은 본래 무기를 탑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탑재량은 200파운드에 불과하다. AGM-114 헬파이어 2발이나 AIM-92 스팅어 4발, 혹은 그보다 작은 그리핀 미사일 6발을 장착한다.
그러나 프레데터는 약탈자로 남기에는 노장이 됐다. 두 가지 이유에서 교체된다. 하나는 지속적인 전장환경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운용유지와 군수지원이다. 우선 드론의 임무 요구가 달라지면서 드론 자체도 달라졋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초기 전투에 투입된 드론은 정찰 임무를 맡았지만 요즘 드론은 근접지원 임무를 하면서 폭격을 한다. 근접 지원 임무에서 MQ-9이 MQ-1보다 월등한 능력을 발휘한다.
MQ-9은 MQ-1보다 속도와 고화질 센서, 무기 탑재능력이 더 좋다. 강력한 엔진 덕분에 미사일과 폭탄을 장착하고도 프레데터보다 세 배나 빨리 비행할 수 있다.
리퍼는 길이 11m, 동체 포함 날개 너비 20m, 높이 3.81m다. 기체 무게는 2.23t이다. 센서와 무기 등의 탑재량은 1.7t이다. 여기에 연료를 넣은 최대 이륙중량은 4.7t에 이른다.
900마력의 강력한 터보 프롭 엔진 덕분에 최고 속도가 시속 482km, 순항속도 시속 313km다. 항속거리는 1852km에 이른다. 체공시간은 연료 만재 시 14시간이다. 최고 상승고도는 15km.
리퍼는 외무 무장 장착대 7곳에 무기를 장착한다. 레이저유도폭탄, 공대지 헬파이어 미사일을 최대 14발 혹은 헬파이어 4발과 500파운드(230kg) 레이저 유도 GBU-12 페이브웨이 II 폭탄과 정밀유도 폭탄인 GBU-38 합동직격탄(JDAM)을 섞어 장착한다. 지상의 적 탱크나 장갑차 등 표적을 공격하기에 제격이다. AIM-92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도 장착해 공중전 능력도 갖추고 있다.
둘째는 비용과 훈련 문제다. 두 종류의 드론을 운영하면 아무래도 운용유지비가 많이 든다. 훈련도 따로 따로 해야 하는 만큼 역시 비용이 든다. 한 종류만 운용한다면 유지 보수, 조종사 훈련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미 공군 현황설명자료(fact sheet)에 따르면, 미 공군은 2015년 9월 현재 프레데터 150대와 리퍼 93대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280대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8월 리퍼 30대를 신규로 3억7090만달러에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30대 전량이 2019년 3월까지 미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전투 임무 드론 외에 정찰 드론도 있다. 고고도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다. 장거리 정찰 드론이다. 리퍼도 정보수집과 실시간 정찰 임무에 유용하긴 하지만 장거리 장시간 정찰 임무에는 글로벌호크가 안성맞춤이다. 주로 남중국해를 정찰한다. 한국과 일본도 도입할 예정이다.
◆윙룽 2호 처녀 비행시키며 맹추격하는 중국=육해공 등 전분야에서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은 중대형 전투 드론 분야에서도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최근 처녀 비행에 성공한 중대형 정찰 공격용 드론은 좋은 예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28일 중국이 자체 개발한 윙룽(翼龍) 2호가 전날 서부 고원지대에서 31분간 의 시험비행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보도했다. 윙룽 2호는 중고도, 장기체공, 정찰과 타격기능을 통합한 다기능 무인기(UAS)다. 이 드론의 외형은 리퍼를 빼닮았다. 길이 11m, 높이 4.1m, 동체포함 양 날개 너비 20.5m다. 리퍼급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지상 9㎞ 상공에서 20시간 이상 체공하면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터보 프롭 엔진을 장착해 최고 시속 370㎞의 속도를 낸다고 한다. 작전 반경은 1500km에 이르고 위성통신 장치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윙룽 시리즈의 수석 설계자인 리이둥은 윙룽2호의 비행 성공은 중국이 미국에 이어 새로운 세대의 정찰, 공격용 무인기를 개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국영 청두비기(成都飛機)설계연구소가 개발한 윙룽은 처녀비행 전 이미 해외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주문을 따내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고 통신은 밝혔다.
리이둥은 윙룽2호는 표적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이는 이전의 무인기에서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미국의 MQ-9 리퍼 무인기에 필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윙룽2호는 중국이 개발한 가장 큰 드론으로 2008년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이 도입한 윙룽의 개량형이다. 윙룽은 수출형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나이지리아,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다수 국가에 수출됐다. 파키스탄도 관심을 표시한 드론이다.
윙룽은 크기와 무기 등의 탑재량에서 MQ-1 프레데터에 비견된다.
중국이 내세우는 드론으로는 중국항공과학기술국(CASC)의 차이훙(CH)-4)과 CH-5가 있다. 둘 다양한 무기와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레이저 유도 공대지 미사일과 TG100 레이저 INSGPS유도 폭탄, 미국산 헬파이어에 해당하는 AR-1/HJ-10 대전차 미사일 등이다. 윙룽2호는 CH-4에 비해 탑재량이 더 많다.
CH-4에는 약점이 있다. 우선 프레데터나 리퍼보다 엔진 출력이 작다. 항속거리와 속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탐지능력과 작전지속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가격표는 낮다. 이건 외국 고객에겐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리퍼가 3000만달러이지만 약 100만~200만달러로 추정되는 가격표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최대 임무고도는 12km이고 체공시간도 39시간이나 된다. 센서 무장류를 탑재한 상태의 실제 임무가능 시간은 20시간 이내로 추정된다.
CH-5 '무지개'야 말로 중국판 리퍼라고 부를 마낳다. 길이 11m, 날개 너비 21m로 크기는 거의 비슷하다. 무장, 센서, 재머 등의 최대탑재량이 1.2t, 최대이륙중량은 3.3t 정도다. 200 kg급의 내부무장창을 별도로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작전범위는 가시선 데이터링크로는 250km, 위성통신으로 2000km라고 제작사 측은 주장한다. 설계자는 비행시간이 최장 60시간, 항속거리가 6500km인데 앞으로 비행시간 120시간, 항속거리 1만~2만km까지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과 중국은 스텔스 드론 분야에서도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프레데터 시리즈 중 최대 이륙중량을 자랑하고 스텔스 임무에 맞게 S자 형태의 매끄러운 외형과 기체 상부에 터보팬 엔진을 탑재한 어벤저(Avenger)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리퍼의 독자 헌터 킬러 능력에 장거리, 중무장 스텔스 무인기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어벤저와 외형이 거의 흡사한 중무장 드론 스카이윙(Sky Wing 天翼) 드론을 개발하는 등 쫓고 쫓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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