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롯데가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 제공을 결정하자 중국에서 단교(斷交)에 준하는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매체 샤커다오(俠客島)는 28일(현지시간)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한 관계는 준단교(准斷交)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기 정부가 양국 관계를 회복하려고 해도 사드 문제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적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 같은 권위 있는 매체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중국 언론이 준단교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한중 간 단교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준단교라는 표현은 외교 관계 단절에 버금가는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협박성 메시지로 읽힌다. 주중 한국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중국 정부나 유력 매체의 견해는 아니다"면서도 "사드 부지 제공을 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니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 차원의) 준법 규제 강화나 군사 훈련 등 단계별 (보복성)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불똥은 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에게 튀었다. 신화통신의 인터넷 사이트인 신화망은 이날로 예정한 김 대사와의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신화망 측은 전날 오후 롯데가 이사회를 열어 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의결한 직후 이같이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사는 매년 3월 초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를 앞두고 주요국 대사와 순회 인터뷰를 하는 신화망 측의 요청에 기꺼이 응했었다. 신화망 관계자는 "양회 취재 수요가 많아 그쪽으로 인력 투입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신화망이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김 대사와의 인터뷰를 취소한 것은 사드 부지가 최종 결정된 데 따른 항의성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부지 제공 당사자인 롯데에 강도 높은 보복을 이미 수차례 예고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기업은 이윤 창출이 최대 목적인데 정치적 이득과 상업적 이득을 일거양득한다는 것은 전 세계에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 민간인에게 답을 맡길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불매 운동을 종용하는 여론몰이에 나섰다.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롯데의 중국시장 진출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중국 사회가 자발적으로 한국의 문화, 상품,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완전히 제한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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