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피아니스트 김선욱 "베토벤이라는 고전소설, 음악으로 번역"

시계아이콘02분 03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베토벤 3대 소나타 '비창·월광·열정' 수록 앨범 발매…3월16~19일 독주 리사이클

피아니스트 김선욱 "베토벤이라는 고전소설, 음악으로 번역"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이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김선욱은 오는 3월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을 연주한다.
AD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베토벤이 고전소설이라면 저는 그 텍스트를 온전히 해석하고 전달하는 번역가에 가까워요. 비창·월광·열정같이 대중적인 레퍼토리는 꾸미고 과장하는 연주가 많죠. 하지만 결국 텍스트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가 중요하고, 지난 10년간의 과정들이 하나의 겹을 이뤄 결국 저만의 언어로 베토벤의 음악을 번역했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음악계의 '젊은 거장'으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이 또다시 베토벤의 뮤즈로 관객 앞에 선다. 베토벤 협주곡 전곡, 소나타 전곡 연주 등으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평가 받는 그는 오는 3월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을 연주한다. 이 곡들은 이달 전 세계에서 동시 발매되는 세 번째 독집앨범(독일 악첸투스 레이블)에 수록된 작품들이다.


김선욱은 21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베토벤 소나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베토벤이 피아노 문헌사에 남긴 작품들이 많고, 그의 음악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면서 "이번에는 제 기준이 아닌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들을 음반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우승한 이후 10여 년간 베토벤에 천착해왔다. 2009년 협주곡 전곡 연주를 시작으로 2012~2013년 소나타 전곡 연주, 2015년 첼로소나타 전곡 연주, 지난해 디아벨로 변주곡 완주 등으로 '새로운 고전주의자의 탄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선욱은 "지난 10년간 베토벤을 많이 쳤는데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하나의 겹, 즉 껍질을 쌓았다"면서 "연륜이라는 것은 결국 그 겹을 늘려가고 그 겹들이 스며들어 내 안에 있는 것이 빛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겹이 쌓일수록 똑같은 소리를 내더라도 좀 더 깊이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정은 좀 더 농축된 소리와 깊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고, 마찬가지로 10년이 지나면 또 다른 겹이 쌓일 것"이라고 했다.


베토벤의 3대 소나타는 그가 여러 차례 공연에서 연주한 곡들이다. 또 전곡 앨범만 수십 가지 종류가 있을 만큼 레퍼런스도 다양하다. 그는 "번역자에 따라 고전 텍스트의 어감이 달라지듯 연주자에 따라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실제로 악보를 무시한 채 사람들의 귀를 확 끌 수 있도록 기존 명연주와의 차별화에만 신경을 쓰거나 감정이 가는 대로 친 연주들도 많다. 하지만 저는 베토벤의 악보에 더 충실했고 그가 남긴 메시지에서 '내 것은 무엇인지'를 찾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온몸을 사용해 큰 음량과 풍부한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는데 그러다보니 힘이 많이 들어가 닫힌 소리를 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몸에 확실히 힘을 덜 들이고도 같은 음량, 풍성한 소리를 낼 수 있고 소리도 더 열렸죠."


그는 연주자로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했다. 특히 서른 살이라는 인생의 문턱에 대해 그는 "리즈 콩쿠르 우승 후 신동으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이젠 아무도 절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면서 "매년 수많은 신동이 나타나고 수많은 콩쿠르 우승자들이 쏟아지지만 이들 중 60~70대까지 무대에 계속 오르는 연주자는 정말 드물다. 지금은 그저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연주하는 것, 그래서 살아남자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또 지휘자로 무대에서 서는 일에도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15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 후 앙코르 곡으로 연주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모음곡'중 '그랑 파 드 되'를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피아노와 지휘 커리어를 동시에 쌓기가 쉽지 않지만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즐겁게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선욱은 이번 독주회 이후 오는 7월 독일의 드레스덴 필하모닉과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협연, 11월 세계적 베이스 연광철과의 독일 가곡 연주회 등을 앞두고 있다. 그는 스포츠선수가 매일 체력 단련을 하듯 하루 3~4시간가량을 피아노 연습에 쏟는다. 그는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했기 때문에 매일하는 연습은 밥 먹는 것처럼 일상이 됐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만 해도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 연주자로서 제 색깔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고, 그런 확신을 갖고 연주할 때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을 맺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