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만기 회사채 4400억
7월·11월에도 앞두고 있어 '유동성 위기' 점화
현재로선 인도대금 조기지급이 최선
정성립 사장, 상환 방법 놓고 '깊은 고민'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갚아야하는데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오는 4월 회사채 상환을 앞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평소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회사의 경영상황을 대변하던 것과 달랐다. 최근 기자와 만난 정 사장은 회사채에 대해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4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는 최근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의 '4월 위기설'의 진원지인 셈. 대우조선해양은 4월21일까지 4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7월, 11월 회사채 만기에 앞선 '1차 유동성 시험대'인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는 총 9400억원이다. 이 중 4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440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4월 회사채를 갚지 못할 수도 있다는 '4월 위기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어떤 방식으로 회사채를 갚을지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이 회사채를 갚을 수 있는 방법은 4가지로 추려진다. 이 중 회사채 발행으로 회사채를 막는 차환은 가장 실현가능성이 낮다.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조원에 가까운 회사채를 찍어냈던 2014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은 AA-(한국기업평가)였지만 현재는 B+로 10계단 가까이 추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을 맡아줄 기관이 없을 것"이라며 "신용도가 높아도 조선사들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만기 연장 역시 같은 이유로 쉽지 않다. 만기 연장을 위해선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사실상 채무 재조정에 나서야 하는데 신용등급이 급격히 하락한 만큼 채권자들의 동의를 끌어내기가 어렵다. 만기를 연장하려면 사채권자 집회에서 전체 사채권금액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이 중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수혈받은 지원금은 최후의 보루에 가깝다. 이마저도 이달 초 선박 건조를 위해 3000억원을 대출 받으면서 지원가능 잔액은 최초 4조2000억원에서 3800억원으로 줄었다. 지원금으론 4월 회사채도 모두 갚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5000억원 가량, 다만 담보로 잡혀 있는 것이 있어 실제 사용가능한 규모는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현재로선 선주들을 만나 인도대금 일부를 미리 당겨 받는 것이 대우조선해양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정 사장이 지난주 건조의향서(LOI) 체결 차 미국 휴스턴에 갔다가 런던을 들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 사장은 당시 선주 4~5곳을 만나 인도가 임박한 선박의 조기 대금지급을 요청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에도 선박 건조대금을 조기 지급받아 회사채 4000억원을 자력으로 상환한 경험이 있다.
수주를 통해 선수금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다행히 이달 초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회사인 엑셀러레이트 에너지와 LNG-FSRU(부유식 LNG 저장ㆍ재기화 설비)에 대한 건조의향서를 체결하면서 첫 수주 테이프를 끊었다. 1척에 대한 계약금액은 2억3000만 달러(한화 약 2600억원)로 추산된다. 4월 이내에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만큼 선수금 일부는 회사채 만기 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수주와 관련해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은) 전혀 문제 없을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