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지난해 기업의 예금 증가액이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돈을 은행에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은행의 예금 잔액 1240조9736억원 가운데 기업이 예금주인 금액은 383조4597억원으로 30.9%를 차지했다. 기업이 은행에 맡긴 돈은 1년 전인 2015년 말보다 35조4043억원(10.2%)이나 늘었다. 이는 2010년(52조523억원)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다.
기업의 은행예금 증가율은 가계보다도 훨씬 높았다. 지난해 은행 예금에서 가계가 보유한 금액은 580조7260억원으로 1년 사이 21조5264억원(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업의 예금 증가액이 가계보다 13조8779억원 많았던 셈인데, 가계를 웃돌기는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가계와 기업의 은행예금 증가액은 최근 몇 년 째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가계 예금의 증가액은 2013년 30조9066억원에서 2014년 28조8379억원, 2015년 28조6598억원, 지난해 21조5264억원으로 3년 연속 줄었다. 반면 기업이 보유한 예금 증가액은 2012년 7조6871억원에서 2013년 7조7863억원, 2014년 10조5101억원, 2015년 26조7894억원, 지난해 35조4043억원으로 4년째 늘었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경제 불확실성에 어느 때보다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은의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2.4%로 2009년(-7.7%) 이후 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명확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는 당연한 결과로 보여진다"며 "반도체ㆍ디스플레이로 투자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기존에 신성장 산업으로 지목됐던 분야에서 가시적인 효과가 나지 않아 투자 대상을 쉽게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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