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트렌더드 맞춰 가성비 높은 고급 제품 출시 줄이어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직장인 장진혁씨(29)는 '1인 가구'다. 서울 충무로의 원룸에 사는 그는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까지 약 3㎞를 자전거로 출ㆍ퇴근한다. 올해는 국내 중소기업의 전기자전거 신제품을 살 계획을 세웠다. 가격은 100만원이 넘지만 자전거 배터리를 통해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기능에 마음을 빼앗겼다. 최근 출시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GO)'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장씨는 "출퇴근용으로도 쓰지만 유행하는 게임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가성비 뛰어난 자전거를 마련하고 싶다"며 "저가 브랜드보다 AS(사후서비스) 센터가 잘 갖춰진 국내 브랜드를 고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씨의 사례는 시대적 화두인 1인 가구의 상품선택 기준을 잘 보여준다. 이에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에 치중하는 중소기업들은 이들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1인 가구는 여가 생활과 개성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특징이 있는만큼 프리미엄 제품군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디자인에 변화를 준다는 계획이다.
주방가전전문 제조사 리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블렌더(믹서) 'BS3(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번에 1~2잔 분량의 스무디를 만들 수 있는 소형 블렌더다. 크기는 작지만 파워는 프리미엄 블렌더 'BS5'와 같다. 2.5마력의 힘에 분당 2만5000번 회전이 가능해 섬유질이 많은 채소류도 균일한 분쇄가 가능하다. 일반 믹서기는 1마력 안팎이다. 리큅 관계자는 "1인 가구 트렌드를 반영하고 개인의 기호를 중시한 퍼스널(개인용) 블렌더"라고 설명했다.
식기 브랜드 르크루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존 내놨던 제품은 패턴이 없는 간결한 디자인의 단색 그릇과 냄비 등의 주방제품으로 인기가 높다. 이에비해 3월 선보일 '체리블러썸(벚꽃) 한정판 라인'은 제조원가는 높아도 개성이 깃든 독특한 디자인으로 계획 중이다. 1인 가구의 요구를 노린 전략이다. 르크루제 관계자는 "패턴 디자인을 입히는 공정이 까다로워 기존 제품 대비 가격이 20% 오른다"며 "하지만 독특한 디자인의 프리미엄 제품을 좇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과감하게 1인 가구를 공략하고 나서는 것은 시장의 파이가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가구 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소비 규모도 늘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1인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77.6%로 2015년 2분기에 기록한 74.3%보다 3.3%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가구 전체 평균 소비성향은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역대최저인 70.9%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은 여가와 자기계발에 지갑을 여는 '욜로(인생은 한번 뿐이다ㆍYou Only Live Once)' 문화의 확산을 의미한다"며 "B2C 기업들은 1인 가구의 소비 성향을 고려해 상품 기획ㆍ출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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