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범위 산은 판단 관건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금호타이어를 되찾아오는 것이 가능할까.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방안으로 SPC가 유력하게 떠오른 데 따른 의문이다. 그 핵심은 박 회장이 가진 우선매수청구권의 '자격'에 있다. 채권단은 박 회장과 약정을 맺으면서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되 '박 회장 개인'으로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SPC를 통한 인수가 채권단과의 약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도 '원칙적으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23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의 자금조달 계획을 아직 모르지만 (SPC을 내세우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개인 자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 채권단에서 요구한 원칙은 우선매수청구권이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사장 두 사람에게만 부여된 전속적 권리(자격)이며, 컨소시엄 구성은 안된다는 것이었다"면서 "(박 회장의 자금조달 방식이) 이에 반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법률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대로라면 SPC는 그 자체로 논란을 남길 수 있다. 우선 '개인' 자격에 대한 해석을 박 회장이 설립한 SPC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 또한 SPC의 실제 주인은 SPC에 출자한 투자자(LP)라는 점을 채권단이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등이다. 채권단의 복잡한 상황과 달리 그룹 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박 회장으로서는 SPC 외에는 대안이 많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SPC 설립 없이 순전히 박 회장 개인의 신용과 담보로 1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그런 점에서 산은이 SPC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더블스타 등 입찰 참여업체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금호타이어 입찰 참여업체들은 지난달 말 본입찰 전 산은에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의 범위를 정의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범위를 분명히 해달라는 것이다. 이 자격에 따라 박 회장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의 폭이 결정되고 참여 업체들로서도 인수희망 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산은은 원칙적인 수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이 SPC를 설립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입장을 산은 스스로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인수로 자금 여력이 많지 않다"며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해석과 매각의 원칙 사이에서 채권단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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