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벤처, 운명의 그 순간] 97. 김경욱 아이피엘 대표
교육용 '키봇' 개발주역들 의기투합
AI+IoT '아이지니' 4월 중국서 첫선…국내 6월 출시 전망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사람과 말을 주고 받으면서 몸짓까지 할 수 있는 소셜 로봇(social robot)이 급 성장할 전망이다. 친구나 배우자 역할을 대신해주는 로봇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도 이런 로봇들이 대거 선보이며 눈을 사로잡았다.
아이피엘은 소셜 로봇 '아이지니'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김경욱 대표는 광고회사에 첫 발을 내디뎠는데, 이내 '로봇'에 꽂혀 10년 넘게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김 대표는 "10년 전 우연히 로봇을 봤을 때 사업 환경이 온라인 게임 초창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마지막 도전은 로봇이라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아이피엘에는 로보웨어 출신 엔지니어들이 모여있다. 교육용 로봇 '키봇'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김 대표가 당시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 모여서 꾸린 회사다. 사무실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과 카페를 전전하면서 사업을 준비했고, 2014년 3월 법인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낭떠러지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는데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정부 출연사업 등을 맡아 기사회생 할 수 있었다"며 "함께 일하는 개발자 친구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방향을 잡고, 엔지니어들이 놓칠 수 있는 리스크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아이피엘은 2년 8개월 가량 아이지니 개발에 몰두 중이다. 로보틱스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음성인식 기능을 결합한 소셜 로봇이다. 외관은 강아지와 닮았고, 눈에는 카메라ㆍ하단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음성으로 일정, 날씨, 뉴스 등을 물어보면 대답해주고 가정 내 보안을 책임지는 경비원 역할도 수행한다.
예를 들면 집안에 아무도 없는데 소리가 날 경우, 물체가 있는지 파악해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내준다. 가전제품과 연동돼 불을 켜고 끄거나 리모콘으로도 제어할 수 있다. 아이피엘은 오는 4월 중국에서 먼저 아이지니를 선보이고, 국내에는 6월 중 출시할 계획이다.
아이지니를 개발할 때는 다른 기기나 플랫폼과 쉽게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아이지니에서는 구글이나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의 AI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고 해당 기업의 시스템만 탑재할 수 있다. 다양한 혁신기술과 융합시키기 위해서는 '유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로봇을 잘 모르는 개발자나 기업도 로봇 관련 콘텐츠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IBM의 왓슨이나 아마존의 알렉사, SKT의 누구 등 다양한 AI 클라우드 서비스도 우리 로봇에 쉽게 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내수시장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고 글로벌 비즈니스에 나섰다"며 "작년 초 상용화를 준비하다가 인공지능(AI) 관련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상용화 시점을 늦췄고 '소셜로봇'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소개했다.
사업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면서 아이피엘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투자를 받았다. 중국 루보사는 2015년 22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160억원 규모의 유통 계약도 체결했다. 태국, 러시아 지역에서도 유통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아이피엘은 상반기 중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아이지니를 선보일 예정이다. 북미, 유럽 등을 새로운 지역에 진출하기 전, 킥스타터를 시험무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로봇에 대한 기대치는 엄청나게 높지만 그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라며 "로봇을 가전제품으로 포지셔닝해서 집에 꼭 필요한 생활 가전이 되도록 만들어 2~3년내에 가전제품 시장에서 가장 파괴력있는 제품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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