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장충기 조사서 내용 제시 안해…위증 고발 요청도 조만간 있을 예정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의 또다른 태블릿PC를 확보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뇌물죄'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을 앞두고 이 태블릿PC에서 최씨가 주고받은 삼성 관련 이메일이 발견되면서다. 특검팀은 이르면 내일(21일) 이 부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아시아경제의 취재결과 특검팀은 지난 5일 최씨의 조카 장시호(구속기소)씨가 임의제출한 이 태블릿PC의 존재를 지난 9일 소환한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 증거인 제2의 태블릿PC를 소환을 앞둔 이 부회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최 씨가 주고받은 삼성 관련 이메일이 발견되면서 삼성 측 대응전략도 급히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의 일정을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르면 내일(12일), 늦어도 이번주 중에는 소환될 예정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소환조사 하는 과정에서 태블릿PC에서 나온 증거를 제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이 부회장에게 내용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 수사 내용과 태블릿PC에서 확보한 내용 등을 토대로 이 부회장에게 최 씨 측에 각종 자금을 지원한 것이 삼성 합병과 연관성이 있는 지 등을 조사해 나갈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특검팀이 수사 개시 처음부터 수사력을 집중해온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승계 핵심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정부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특검팀은 최 씨의 태블릿PC를 확보했다고 전날(10일) 밝혔다. 이 태블릿PC는 지난 5일 장 씨가 변호인을 통해 임의제출한 것으로 앞서 JTBC가 보도한 제품과는 다른 것이다. 이번에 확보한 태블릿PC는 2015년 7~11월께 최 씨가 사용한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했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이메일 계정, 연락처 등록정보 등을 고려할 때 이 태블릿PC는 최 씨의 소유"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여기에는 코레스포츠 설립과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특혜지원과 관련한 다수의 이메일이 담겨있다. 이메일은 최 씨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최 씨의 독일 측 조력자로 알려진 데이비드윤 씨 등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입수 직후부터 내용 분석에 속도를 냈고 최근 분석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소환을 앞두고 결정적 증거가 새로 등장하면서 삼성 측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삼성 측은 특검팀이 이 내용을 공개하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지난 9~10일 특검 조사를 받은 최 부회장과 장 사장에게도 태블릿PC에서 나온 이메일 등 삼성 관련 내용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그동안 후원 요구에 대해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적 부담을 느꼈다며 직권남용·강요의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특검팀은 삼성이 경영승계를 위해 박근혜(직무정지) 대통령과 뒷거래에 나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국조특위에 이 부회장에 대한 위증 고발 요청 방침을 정하고 시일을 조정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국조특위가 사실상 15일에 끝난다고 보고 그 전에는 해야하니까 조만간 소환 일정 등을 고려해 요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이 위증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위증죄 혐의를 포함해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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