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이 '2차 내전'에 휘말렸다. 지난달 30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적 청산'의 칼을 빼들면서 불거진 갈등은 4일 친박(친박근혜)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이 인 위원장을 향해 "'거짓말쟁이 성직자'는 당을 떠나라"고 반격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서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인 위원장이 당에서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한, 당을 외면하고 떠날 수 없다"면서 "그분이 '무법, 불법적인 일'을 벌이며 당을 파괴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인 위원장이) 새로운 패권주의로 의원들을 전범 A, B, C로 분류하고 정치적 할복자살을 강요하며 노예취급하고 있다"는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어 "이런 인민재판식 의원 줄 세우기는 과거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일갈했다.
서 의원은 반발은 전날 인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친박 핵심 인사들을 겨냥해 '종양' '할복자살' '무례' 등의 단어를 써가며 몰아붙인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서 의원이 배신감을 느꼈다고 해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밝힌 것처럼,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을 영입할 때 당내 반발을 무마시킨 장본인이었다. 지난달 25일에는 인 위원장과 따로 만나 “맏형으로서 모든 걸 짊어지고 나갈 테니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갈등이 고조된 새누리당은 사실상 '내전 상태'에 빠져들었다. 정치권에선 이를 가리켜 비박(비박근혜)계의 탈당에 이은 '2차 내전'이라고 부르고 있다.
서 의원이 인 위원장이 내건 인적 쇄신의 필요충분 조건인 자신의 탈당을 거부함에 따라 오는 8일 예정된 인 위원장의 거취 표명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인 위원장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대표 역할을 하는 위원장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만약 인 위원장이 사퇴하면 지난달 들어선 정우택 원내대표 체제도 흔들리게 된다. 점입가경의 내전 속에서 새누리당의 개혁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새누리당을 해체 수준으로 개혁해 재창당한다는 인 위원장의 정치실험도 동시에 실패하는 셈이다.
이는 당의 행보를 지켜보며 탈당을 조율하던 중립성향 의원들의 대량 탈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경 친박 혹은 진박(진실한 박근혜)과 차별화를 꾀한던 범친박 세력도 이에 동조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3차 탈당은 이달 12일께 귀국 예정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정치 행보와 궤를 같이할 전망이다. 반 전 총장도 이들 탈당 의원들과 손을 잡고 조기에 정치세력화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친박계 핵심인물인 이정현 대표는 탈당계를 제출했고, 정갑윤 전 국회 부의장과 홍문종 의원은 이날 오전 '탈당 의사'를 밝히거나 거취를 지도부에 '위임'한 상태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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