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기하영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기소하지 못 하는 상황이라 실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법정에서 표했다. 검찰은 또 "일부 참고인은 내년에 최순실이 사면될까 두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씨의 비서 등이 검찰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등 주요 연루자들의 태도를 고려할 때 이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닌 지, 따라서 수사에 협조했다가 피해를 입는 게 아닌 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 등 피고인들이 수사나 국회의 청문회에 임했던 태도를 고려하면 주요 증인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현직 대통령은 구속기소가 되지 않아 (연루자들이) 실체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것이 (국회의) 청문회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지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함과 동시에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여전히 문제삼았다.
최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jTBC로부터 받아 입수한 태블릿PC가 검찰에 현재 존재하느냐"면서 "그 동안 왜 최씨에게 보여주지 않았는지 의심"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피고인이 동의를 안하면 증거로 쓸 수 없다"면서 "검찰이 태블릿PC 감정에 반대하지 말고 명확하게 하기 위해 (오히려) 검찰이 먼저 (감정을) 신청해야 할 듯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비밀문서 유출의 핵심 증거인 태블릿PC는 검찰이 최씨가 아닌 정 전 비서관의 혐의와 관련해 신청한 증거다. 최씨 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블릿PC의 증거능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 전 비서관 측도 지난 1차 준비기일에서와 달리 태블릿PC의 증거능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 전 비서관 변호인은 "(태블릿PC가) 임의로 반출된 것이라고 한다면 적법한 증거가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태블릿PC의 입수 절차, 내용의 오염 여부에 대해 감정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 변호인은 또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다"던 기존 입장과 달리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거나 공모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공모 혐의를) 부인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태블릿PC 감정과 관련해 "사건의 증인이 70명 가까이 된다. 심리가 급하다"면서 감정 여부 결정을 보류했다. 재판부는 또 "필요하다면 정 전 비서관 관련 증거조사 때 참여해서 유리한 부분을 원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대기업들로부터 강제모금하고 청와대의 주요 기밀문건을 유출받아 국정에 개입ㆍ농단하거나 여기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작성한 업무수첩 17권의 사본을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이밖에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 독대와 관련한 '대통령 말씀자료',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과 최씨의 통화 녹취록 등도 증거로 제출했다.
한편 재판부는 내달 5일 이들의 첫 공판을 열어 증거조사 등 본격적인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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