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올 3분기(7~9월) 가계의 자금 잉여 규모가 11년3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분양시장이 열기를 띄면서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에서 대출 받아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3분기 중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올 3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조2000억원 감소했다. 2005년 2분기 1조7000억원을 기록한 후 가장 최저 규모다.
자금잉여는 예금이나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으로, 통상 가계 부문의 자금운용액은 자금조달액보다 크다.
3분기 중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자금조달 규모는 38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4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자금운용은 같은 기간 50조7000억원에서 39조9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분양주택 구입 때문에 가계의 자금잉여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잉여가 대폭 줄어든 것은 가계의 대출 증가와 예금 감소 영향이다. 3분기 중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은 38조3000억원으로 전분기(37조원) 대비 1조3000억원 늘었다. 특히 장기차입금은 2분기 29조6000억원에서 3분기 32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장기차입금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등 1년 이상 대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 장기차입금은 3분기 27조5000억원으로 전체 장기차입금 증가액의 84% 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가계의 금융기관 예치금은 14조7000억원으로 전분기(19조1000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비결제성 예금은 2분기 16조3000억원에서 3분기 12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해외채권을 제외한 채권도 같은 기간 9조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보험과 연금준비금도 같은기간 20조원에서 17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비금융법인기업은 자금조달과 자금운용 규모가 모두 전분기 대비 줄었다. 자금조달은 2분기 22조7000억원에서 3분기 5조3000억원으로, 자금운용은 같은기간 16조9000억원에서 9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자금잉여 규모는 3분기 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5조5800억원 자금부족에서 잉여로 전환했다.
한은 관계자는 “회사채 순상환 등으로 자금조달 규모가 줄었다. 자금잉여로 전환한 것은 공기업 경영개선에 따라 공기업 부문의 자금잉여가 큰 폭으로 확대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일반정부는 자금잉여 규모가 전분기(10조6000억원) 대비 확대된 1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부채는 3분기 1517조원으로 전분기(1479조원) 대비 37조8000억원 늘었다. 가계신용통계 기준 3분기 가계부채가 1295조8000억원인 것과 규모 차이가 나는 것은 소규모 개인 자영업자의 부채가 포함되서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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