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에 살고 품질에 죽는다'…갤S8 공개 및 출시 시기 놓고 고심
"기본적 품질부터 감탄을 자아낼 혁신까지 갤럭시S8에 담는게 목표"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 본사.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의 주재로 시작된 글로벌 전략회의는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대내외 이슈로 연말 사장단 및 임원 정기인사, 그룹 내 행사 등을 모두 연기했지만 글로벌 전략회의만은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는 '갤럭시노트7'의 조기 단종으로 촉발된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 글로벌 사업 추진과 관련한 큰 그림을 그린 뒤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복안이다.
◆글로벌 전략회의, 무엇을 논의하나= 삼성전자가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3일간 진행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IM뿐만 아니라 소비자가전(CE), 디바이스솔루션(DS) 등 부문별로 내년 사업 계획과 목표를 확정 짓고 이를 공유하는 자리다. 400명 이상의 국내외 사장단 및 임원이 참석한다.
첫날 IM 부문은 차세대 전략폰 '갤럭시S8' 공개 및 출시 관련 논의뿐 아니라 갤럭시노트7 조기 단종에 따른 지역별 상황과 프리미엄 및 중저가 제품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의 키워드는 품질. 갤럭시노트7의 발화 이슈로 삼성전자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내년 갤럭시S8를 통해 실추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것이 삼성전자가 당면한 과제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차기작 갤럭시S8를 성공시키기 위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맥락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 15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보안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 사장은 "대형 사고는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을 간과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8에 사활 걸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로 삼성 스마트폰에 실망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제품의 품질부터,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한 혁신이 모두 갤럭시S8에 담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가장 먼저 꺼내 든 카드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이다. 현재의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피자나 커피를 주문하려면 서드파티(제3자) 애플리케이션을 써야 한다. 그러나 갤럭시S8에 담길 새로운 AI 플랫폼을 통해서는 제3의 앱 없이도 바로 스마트폰에 음성 명령을 내려 주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AI 오픈 플랫폼을 갖추고 'AI 시대'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갤럭시S8에 베젤리스(테두리가 없는)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홍채 인식 및 광학 지문 스캐너 등을 탑재,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등의 편의와 보안에 더 큰 힘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갤럭시S8의 출시 시기 역시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통상 상반기 전략폰 S 시리즈를 매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통해 선보여 왔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갤럭시노트7 사태로 안전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면서 갤럭시S8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행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내년 역성장 우려 속 중국폰 급성장=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4억5000만대로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역시 2013년 32.3%에 달했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이 올해 20.7%(SA·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집계)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화웨이의 점유율은 5.1%에서 9.2%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스마트폰시장 1위를 수성 중이지만 중국 스마트폰 업체 등 추격자들과의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애플 역시 내년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 상태다. 베젤리스 AMOLED 디스플레이로 지난 2년간 이어온 디자인에서부터 큰 변화를 주고, 음성비서 '시리'의 역할 역시 크게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역성장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근접했다는 전망과 함께 내년에는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만치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문제가 됐던 제품의 품질과 시장 리더로서의 제품 혁신,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삼성전자가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자리는 무거운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위기를 통해 삼성전자가 어떤 기회를 찾아낼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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