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과 비주류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대척점으로 극한대립을 이어가고 진짜 배경이 '돈'이 아니라 '조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중앙윤리위원회에 친박 위원들을 대폭 보강하고 비주류 측 지도부에 대한 출당 작업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 당규를 살펴보면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은 최고위원회의의 의결 후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윤리위 장악만으로 출당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한쪽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상대를 밀어낼 수 없는 지루한 공방만 이어지자 '부자 정당'이라는 기반 때문에 잔류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도 기준 새누리당 재산 총액은 토지 165억원과 건물 78억원, 현금 및 예금 155억원을 포함 총 56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13일 "저희는 현재 있는 새누리당 재산을 단 1원도 가질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새누리당 재산에 대해 "과거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재벌들 등쳐서 마련한 것"이라며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친박과 비주류의 갈등이 '당 조직'에 원인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교섭단체 요건을 충족하는 신당을 창당한다면 내년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울 수 있다"며 "대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당의 진짜 재산은 돈이 아닌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전국 17개 시ㆍ도 당을 중심으로 302만명의 당원이 있다.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은 38만여명에 달한다. 신당을 결심하고 분당에 나선다 하더라도 현재 정당법상 창당을 하려면 중앙당 1개와 지방당 5개 이상, 당원 1000명 이상이 필요한데, 내년 대선 전까지 전국적인 조직을 정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여기에 창당에 나설 경우 당 소속 지받자치단체 단체장들이 신당에 합류해 줄 것이냐는 고민도 있다. 새누리당은 현재 17명의 광역자치단체장 중 7명, 226명의 기초자치단체장 중 121명이 소속돼 있다. 지자체 단체장들은 해당 지역 당협 영향력은 물론 지역 소속 관변단체의 조직을 선거에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차기 지방선거가 2018년으로 예정돼 있는 만큼 현 지자체 단체장들은 새누리당에 그대로 남아 내년 대선을 관망하다 뒤늦게 '대세'로 자리 잡은 정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대 총선 직전 창당한 국민의당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장은 한 명도 없고 기초자치단체장은 6명만 소속돼 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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