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업란 '자영업자' 기준·한은은 개인사업자등록증 기준…표준화된 분류기준 없어 통계공신력 떨어져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로 취급받고 있는 자영업자 통계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서로 다른 분류 기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화된 분류 기준 없이 기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영업자를 집계해 통계에 대한 공신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가계부채와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부채를 다루는 주요 두 기관인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자영업자 분류 기준이 서로 다르다. 금융감독원은 대출을 하러 온 사람 가운데 직업란에 '자영업자'라고 쓴 사람의 사업대출과 가계대출을 모두 합한 숫자를 자영업자로 파악한다. 자영업자 대출은 이들이 받은 대출을 모두 합한 수치가 된다. 이렇게 분류한 자영업자 대출은 작년말 기준 332조8000억원, 올해 6월말 기준 350조3000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이 통계를 지난달 17일 진웅섭 원장과 14개 은행장과의 간담회 때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 점검을 당부하면서 통계자료로 인용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통계 집계방식은 다르다. 한은은 매달 발표하는 '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통해 사업대출을 하러 온 차주 중 개인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는 차주의 대출을 모두 합한 숫자를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통계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의 자영업자 대출은 큰 범주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대출에 속하는 통계다. 한은 관계자는 "사업자등록번호 안에 법인인지, 개인인지 코드가 나뉘는데 개인사업자등록번호를 가진사람의 사업대출을 기준으로 했다"면서 "개인사업자의 가계대출까지 포함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38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동일시점 금감원 통계(332조8000억)와 100조원 가까이 차이 난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기준이 서로 다르면 정작 자영업자의 대출 취약성이나 건전성 등 중요한 관리 지표에서도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금융당국간 기준이 엇갈릴 경우 정책 방향에서도 서로 다른 신호를 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마다 자영업 분류기준이 제각각이면 통계에 잡히는 자영업자 수도 다르고 정책 수립에도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면서 "통계의 기준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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