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 정회원 가입 여부 재논의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현대상선의 2M(머스크·MSC) 동맹 가입을 위한 협력 논의가 '조건부 계약'으로 마무리 됐다.
우선 3년 간 2M과 선복교환·선복매입 등 낮은 단계의 협력을 유지하고 현대상선의 재무구조·신용도가 개선될 경우 3년 뒤 정회원으로 합류하는 방안을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당초 현대상선은 기존 회원사인 머스크와 MSC가 체결한 긴밀한 협력형태인 선박공유협정(VSA)에 3번째 정회원사로 합류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 VSA 체결은 결국 얻어내지 못했다. 현대상선이 2M 동맹 가입이 아닌 새로운 협상 타결이라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11일 현대상선은 현대상선이 ‘2M+H 전략적 협력’이라는 명칭으로 선복교환과 선복매입 방식의 해운동맹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미국 해사위원회(FMC)에 2M 해운동맹 파트너로서 서류를 제출할 정도로 구속력이 있는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 결과를 두고 '절반의 성공'과 '사실상 실패'로 평가가 엇갈린다. 현대상선과 정부측은 선대 규모, 재무상태, 수익성 등 모든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현대상선이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ㆍMSC와 협력관계를 형성한 것은 '절반의 승리'라고 자평한다.
2M보다 동맹 강도가 약한 '오션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이 협력하는 수준으로 현대상선이 머스크·MSC와 협력하게 돼 사실상 가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이번 협상 타결이 기존에 추진해 온 회원사로의 정식 가입과는 다른 성격이기 때문이다. 6개월 전 현대상선이 2M 동맹 가입을 위한 협력 논의를 개시했을 당시만 해만 현대상선은 회원사로서의 2M 가입을 타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단기적으로 현대상선의 성장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계약 조건상 현대상선의 선박 신조 발주를 제한한 것이 향후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2M이 현대상선은 정식 동맹국으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기능적인 부분에서 제휴하는 제한적 수준의 협력"이라면서 "정부가 구상한 세계 5위 선사로의 성장에 있어서는 사실상 3년 간 발이 묶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선박 신조 지원 등으로 현대상선을 세계 5위권의 초대형 국적 선사로 만들겠다던 정부의 해운산업 구상도 완전히 어긋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당초 2M은 가입을 통해 선복량 확대를 노렸으나 2M이 선박 과잉을 우려해 가입기간 동안 선대를 늘리지 않도록 하는 계약조항을 넣으면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정회원으로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2M과 협력관계를 통해 선복량을 20% 늘렸고, 현대상선의 핵심 노선인 미국 서부 항로도 늘리는 등 실리를 찾았다"면서 "이번 협약 체결로 동맹 가입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국내외 주요 화주들에게 보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