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떠난 지 정확히 6년…신상훈 "민영화 앞둔 우리은행에 경험 보탤 것"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신상훈 전(前) 신한금융지주 사장(사진)이 금융계에 복귀한다. 약 30년 동안 몸 담았던 신한지주 대신 지주체제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으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지분을 4~6%씩 인수한 7곳 과점주주 중 하나인 한국투자증권이 전날 신 전 사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신 전 사장은 복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에 부족하나마 경험을 보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며 "넓은 틀에서 (금융계) 복귀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날은 신 전 사장이 '신한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신한지주를 떠난 지 정확히 6년째 되는 날이다. 그는 2010년 12월 6일 당시 언론 인터뷰와 측근 등을 통해 "30년간 몸담은 목숨과 같은 조직(신한지주)을 더 이상 만신창이로 만들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신 전 사장은 1982년 입행한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2003년 제9대 신한은행장, 2006년 신한ㆍ조흥 합병 당시 통합은행장을 지냈다. 이어 2009년 신한지주 사장에 오르면서 당시 라응찬 전 회장에 이은 '그룹 2인자'로 통했다. 그러나 이듬해 9월 금융당국이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신한은행으로부터 배임ㆍ횡령 등 혐의로 고소당해 3개월 만에 퇴진했다. '신한 사태'의 시작이었다.
신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은행도 그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지만 검찰이 기소하면서 신 전 사장은 기나긴 법정싸움을 시작한다. 신 전 사장은 2013년 1월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그 해 12월 항소심 판결에서 주요 기소 내용 대부분에 대해 무죄를 인정받아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둔 상황이다.
신 전 사장이 금융계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신한의 창립멤버인 '신한맨'이 경쟁은행인 우리은행의 사외이사로 복귀한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특히 신한지주가 6년 만의 회장 교체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차기 회장 후보군은 물론 현재 신한의 고위 경영진 가운데 신한 사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이는 없다. 한동우 회장은 신한 사태로 인해 조직이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회장직을 맡았으며, 이후 이를 무난히 수습했다는 평을 받았다. 신한지주는 내년 1월초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본격 가동해 1월 말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 만 68세인 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우리은행 신임 사외이사에는 신 전 사장을 비롯해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사장(IMM PE 추천), 노성태 전 한화경제연구원장(한화생명 추천), 박상용 전 공적자금관리위원장(키움증권 추천), 톈즈핑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동양생명 추천) 등이 내정됐다. 오는 9일 정기 이사회를 통해 이들 후보를 확정한 뒤 30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받을 예정이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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