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손님이 상점에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고 나간다. 그냥 나가기만 하면 결제가 된다. 당연히 결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그럼 슈퍼마켓의 점원들은 다 어디로 갈 것인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이 내놓은 머지않은 인공지능(AI) 미래 슈퍼마켓에 대한 명과 암이다.
아마존은 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 약 167㎡ 규모 '아마존 고'를 출점했다고 발표했다. 전자상거래 중심이던 아마존이 오프라인 슈퍼마켓 시장에 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아마존 고'는 기존 슈퍼마켓과는 달리, 계산대가 없다. 대신 '아마존 고'에 입장한 고객은 스마트폰에 장착된 '아마존 고' 어플리케이션(APP)을 열고 매장 내 설치된 키오스크에 인식시키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갖고 그냥 가면 된다. 아마존은 '무(無)결제(JUST WALK OUT) 기술'을 통해 물건 구매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제를 생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결제' 기술은 컴퓨터 시각화, 인식 센서의 융합, 딥 러닝 기술을 복합한 기술이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선반 위에 있는 물건을 사려고 들었다가 다시 놓아둔다고 해도 각종 센서를 통해 소비자가 해당 물건을 구매하지 않았음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현재 아마존은 '아마존 고'를 직원들에게만 개방한 상태다. 직원들을 상대로 시범 운영을 한 뒤에 내년초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미 전역에 약 2000개의 '아마존 고'를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35개 주에 2800개의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크로거의 규모에 조금 못 미친다.
관련해 미 온라인 매체 쿼츠는 수백만AUD의 계산원이 직업을 잃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경제 채널 CNBC도 아마존의 미래형 슈퍼마켓에 대한 청사진으로 인해 슈퍼마켓 점원들의 '둠스데이(doomsday, 최후의 날)'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마존 고를 기존 셀프 체크인의 연장선으로 본다면 '점원의 종말'보다는 감소 정도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990년대 '셀프 체크인'을 발명한 하워드 슈나이더는 올초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의 '플레닛 머니'를 통해 "(내가 업계를 떠난 이후) 셀프 체크인 기술은 정체됐다"고 밝혔다. 셀프 체크인이 점원을 대체할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술투자사인 엘리베이션 파트너스의 로저 맥내미 창업자도 "(아마존 고의 등장으로 인해) 다른 슈퍼마켓에 있는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가 (아마존 고와 같은 장비로) 대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코웬그룹이 미국 소비자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65%는 한 번도 온라인 슈퍼마켓을 통해 구매한 적이 없으며 오프라인 슈퍼마켓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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