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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印총리의 '검은돈' 척결, 지지층 이탈 악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9초

불평등 청산 기대한 농어민들 아무 이득 없이 고통만…州선거서 심판 가능성

모디 印총리의 '검은돈' 척결, 지지층 이탈 악수? 인도 뉴델리 소재 한 신권 교환소의 셔터가 굳게 닫힌 가운데 '신권이 모두 떨어졌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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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6일(현지시간)이면 기존 500루피(약 8600원)ㆍ1000루피 지폐 유통을 금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화폐개혁 단행 4주가 된다. 이를 열렬히 환영한 것은 뜻밖에도 신권 부족으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농어촌 빈곤층이다.

농어촌 빈민들이 화폐개혁을 환영한 것은 불평등과 부패가 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모디 총리에 대한 농어촌 빈민들의 지지 열기가 곧 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디 총리의 화폐개혁은 '검은 돈'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이번 조치가 인도 정치ㆍ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분명한 것은 인도의 5개 주(州)에서 곧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인구가 가장 많은 우타르프라데시주도 포함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농어촌 빈곤층이 이번 화폐개혁으로 아무 이득도 얻지 못할 경우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주요 지지기반을 잃는 등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제1야당인 국민회의(INC) 등 10여개 야당ㆍ지역정당은 지난달 28일을 '국민 분노의 날'로 정하고 수도 뉴델리, 뭄바이, 첸나이 등지에서 시위에 나섰다. 몇몇 야당은 검은 돈 근절이라는 화폐개혁 목표에 동의하지만 이번 조치가 사실상 '합법적이고 조직적인 약탈'이라고 비난했다.


인도 정치에 정통한 작가 아라티 제라트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고액 구권 유통 금지 조치로 과연 검은 돈이 사라질지, 이번 조치가 실패할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전가될지 불분명하다"며 "이달 중순쯤 돼야 인도 정치ㆍ경제에 미칠 파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라트 작가는 여론이 어떻게 급변할 수 있는지 1975년 인디라 간디 총리의 비상사태 선포를 예로 들었다. 당시 인도 국민은 간디 총리의 비상사태 선포를 지지하고 나섰다. 법질서와 공무원의 엄정함이 개선되리라 믿은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관리들의 권력남용 같은 부정적 영향이 불거지자 인도인들은 간디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


이번 조치로 상황이 더 악화하면 식량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농어민들의 스트레스가 고조되는데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제는 침체될 수 있다. 제라트 작가는 "인도 국민이 일단 참고 기다려 보겠지만 이달 중순에 이르러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큰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치의 결과는 농업이 주요 수입원인 우타르프라데시주ㆍ펀자브주 등지의 선거에서 가시화할 것이다. 제라트 작가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경우 BJP는 선거에서 매우 고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디 印총리의 '검은돈' 척결, 지지층 이탈 악수? 인도 뉴델리 소재 한 은행 지점 앞에서 구권을 신권과 교환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인도 정부가 구권 교체 조치를 내렸지만 신권이 턱없이 모자라 농어민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수확한 쌀을 내다 팔아도 신권이 없어 대금은 못 받기 일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은 다음 농사를 위한 비료조차 구하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다.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 옵서버리서치재단(ORF)의 니란잔 사후 애널리스트는 "농어촌 빈민들이 이번 화폐개혁으로 검은 돈과 경제 불평등은 사라지리라 기대하고 있다"며 "자기들이 가난한 것은 부자들이 자기들 돈을 약탈해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불평등 수준은 매우 높다. 이는 1990년 이래 계속 치솟기만 했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업체 크레디스위스그룹은 인도 인구 중 1%에 불과한 부유층이 국부(國富)의 58.4%를 거머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패도 심각하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국가별 청렴도 순위인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는 조사대상 168개국 가운데 76위를 기록했다.


인도 인구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농어촌 가구의 빈곤 역시 매우 심각하다. 이들 가구 중 74%의 한 달 수입이 5000루피도 안 된다. 막노동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구는 절반을 웃돈다.


지난달 21일 현지 여론조사업체 C보터가 252개 선거구 유권자 12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 응답자 가운데 87%는 이번 조치로 저소득층이 고통 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검은 돈을 척결하려면 이만한 불편함은 감내해야 한다고 답한 이가 무려 85%에 이르렀다.


상당수 도시민은 화폐 유동성이 늘어도 단기적으로 경제성장과 소비가 둔화하고 기업활동도 위축될 것이라고 답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결혼 비용일 경우 한 번에 25만루피까지 인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침체한 웨딩시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민들은 이만한 돈이면 충분히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그러나 부자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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