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이폰6 대란 이통3사 무죄
"장려금은 업체 자율, 지원금과 상관 없어"
방통위, 장려금 가이드라인…영업정지·벌금
유통협회 "법에 없는 규제, 엄청난 손해봤다"
방통위 "지적 내용 사실 아냐, 검찰 항소 준비 중"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지난 2014년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에 따른 정부 규제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14년 '아이폰6 대란'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된 이통3사 전 현직 임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단말기유통법에 반대하는 이들은 정부가 그동안 잘못된 근거를 통해 초법적인 규제를 해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판매 장려금 가이드라인은 법에 없는 규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매 장려금 가이드라인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방통위 관계자는 "검찰이 항소를 할 것이라고 알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항소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 근거는 판매 장려금은 법적 테두리 내에 있지 않는 업체 자율 사항이라는 것.
최종진 판사는 "이통3사가 대리점에 장려금을 상향 지급했다 하더라도 지원금 지급 여부는 대리점과 판매점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대리점, 판매점에 지급된 장려금과 이들이 이용자에게 지급한 지원금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계가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단통법의 경우 장려금을 이통사 자율에 맡기고 있고, 이통사의 장려금 증액 지급이 차별적 지원금 지급 유도로 단정해 장려금 지급을 규제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사는 휴대폰을 판매해서 이득을 보는 구조가 아니라 가입자를 유치, 계약 기간 동안의 통신요금을 통해 수익을 거둔다. 이에 따라 실제로 휴대폰을 판매하고 통신 계약을 맺는 대리점·판매점에 장려금을 준다.
그동안 방통위는 시장과열의 기준을 이동통신3사가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 수준으로 봤다. 장려금이 과도할 경우 불법 보조금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근거는 단말기유통법 제9조와 제20조의 '이통사는 대리점으로 하여금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시하도록 지시, 강요, 요구, 유도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가령 A이동통신사가 삼성전자 '갤럭시S7'에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40만원을 지급한다면, 이는 과도한 수준으로 불법 보조금을 유도하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방통위의 장려금 가이드라인은 30만원이다. 단말기유통법에서는 대리점·판매점에서 고객에게 추가로 줄 수 있는 지원금을 최대 4만9500원(최대 공시지원금 33만원의 15%)으로 제한한다.
실제로 방통위는 장려금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시장 모니터링 지수를 운영했다. 장려금 수준이 30만원 이상이 되면 벌점을 부여했고, 이를 이동통신사를 제재할 때 근거로 썼다. 또 이동통신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공동으로 시장감시단을 운영해 장려금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대리점·판매점에 전산 차단,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내렸다.
하지만 법원에 판단에 따라 방통위의 규제의 근거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말기유통법에서는 고객에게 주는 보조금에 대한 규제만 있지, 장려금에 대한 규제는 없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법에 없는 규제에 의해 벌금,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았다"며 "판결이 확정되면 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을 신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법원의 판결이 과도한 장려금을 불법 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원의 판시를 자세히 보면 제기한 혐의가 과도한 장려금이 불법 보조금으로 활용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 유도로 보기 부족하다고 돼 있다"며 "이에 대한 충실한 근거가 있으면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 유도에 대해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법원의 판결이 일부 인용으로 충분한 근거를 제시, 항소를 통해 뒤집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장려금 수준으로 시장 과열을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