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김보경 기자] '비상시국위원회'를 중심으로 뭉친 새누리당 비주류가 탈당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개헌 추진 등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갈지자 행보를 걷고 있다.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지닌 비주류들의 움직임에 따라 향후 '탄핵 정국'의 운명도 송두리째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22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3선 중진인 김용태 의원의 탈당으로 정치 행보에 분수령을 맞았다. 남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생명이 다한 새누리당을 역사의 뒷자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며 탈당을 결행했다. 김 의원도 김무성ㆍ유승민 의원 등 같은 비박 의원들의 만류에도 예고대로 탈당했다. 이들은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내세웠다.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이들의 선언으로 '탈당 도미노'를 겪을 것이라 예상한다. 김 의원실도 "이미 일부 비박 의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도 탈당이 될지 동반 탈당에 그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박 상당수가 아직 새누리당을 뛰쳐나갈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보수 정치의 축이자 여당인 새누리당을 뛰쳐나가기보다 당에 잔류하면서 친박(친박근혜) 지도부를 몰아내는 데 투쟁의 방점이 찍혔다. 새누리당이란 거대한 정치 플랫폼을 버리는 데도 너무 큰 리스크가 따른다. 반면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비박인 김무성 전 대표도 이날 "얼마나 당에서 절망감을 느꼈으면 (탈당을) 할까 안타깝다"면서도 '릴레이 탈당'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아울러 친박과의 공동 비대위 구성은 향후 비주류 내에서 분란을 일으킬 불씨가 되고 있다. 전날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성사된 친박ㆍ비박 6인 중진 회동에선 공동 비대위 구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비주류 사이에선 이미 강성 친박들에 대한 '살생부'가 돌 만큼 적대적 분위기가 고조돼 있다. 중립 인사의 비대위원 선임이 전제됐지만, '도로 친박당' 회귀를 막기 위해서라도 강경 친박 의원들에 대해 출당에 가까운 배제 조치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개헌과 탄핵은 간극이 가장 큰 사안이다. 예컨대 비상시국위 12인 공동대표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각기 개헌 찬성과 반대로 입장이 갈린다. 이런 가운데 중립 성향의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런 현실을 보고도 개헌을 안 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또다시 개헌론을 앞세웠다. 한 여권 인사는 "향후 탄핵을 둘러싼 비주류 내 입장 차와 함께 개헌이 분란의 요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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