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금융당국이 2021년 예정된 보험업계 새 국제회계기준 시행에 맞춰 스트레스 테스트에 착수했다. 보험업계도 자본확충 계획 등을 검토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새 회계기준서가 적용되면 보험사들이 앞으로 가입자들에게 내줄 보험금을 장부가 대신 시가로 평가해 부채로 잡아야 해 각 보험사별로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1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들어갔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새 회계기준 시행에 따른 외부충격에 대한 보험사의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금감원은 각 보험사가 제출한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영향 분석결과 보고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금감원은 또 각사로부터 책임준비금(보험부채) 적정성평가 시뮬레이션 결과도 받아 금리 변동 시나리오에 따른 부채 영향 평가 작업도 벌이기로 했다. 이같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새 국제회계기준의 시행이 국내 보험업계의 재무 충격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전날 한국신용정보원의 '내보험 다보여' 시연회에서 "내년 초 국제회계기준의 기준서가 나오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시행 시기가 업계의 연기 희망과 달리 2021년 1월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현재 영국 런던에서 월례 회의를 열고 보험산업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의 내용과 시행 시기 등을 논의 중 인데 사실상 2021년 시행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관측된다. IASB는 이번 논의 결과를 토대로 IASB는 내년 상반기까지 'IFRS17'이라는 이름으로 새 회계 기준서를 확정한다. 앞서 한국회계기준원(KAI)과 생명보헙협회 대표단은 IASB에 유예기간을 최종 기준서 확정 후 5년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유예를 주장하는 국가가 우리나라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상황이다.
새 회계기준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보험업계는 4년 내 막대한 자본 확충을 끝내야 한다.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게 새 회계기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보험부채를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면서 국내 보험사들의 가용자본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과거 고금리 시절 확정금리형 상품을 많이 판 보험사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된다. 생보사들의 경우 가용자본이 2014년 말 67조원에서 23조원으로 급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손보사들의 가용자본도 22조원에서 20조원으로 하락하게 된다.
보험사들도 다급해졌다. 동양생명은 최근 최대주주인 안방보험을 통해 6250억원의 증자를 결정했다. 교보생명도 자본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기업공개 등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고민 중이다. NH농협생명과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등도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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