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전체 유료방송 산업을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두 차례 열렸다. 유료방송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8월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반을 구성했다. 연구반 논의 내용을 토대로 정부는 지난달 27일 1차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지난 9일에 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유료방송 연구반을 구성한 때는 마침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좌절된 뒤였다. 당시 케이블TV 방송 사업자들은 퇴로가 없다며 위기 상황임을 강조했고 비상대책위원회도 꾸렸다. 정부는 유료방송 연구반을 운영하면서 "유료방송 전체 발전방안을 위한 것이지 케이블방송사를 위한 대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자칫 나올 수 있는 오해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1차 토론회에서 연구반 결과가 공개되자 IPTV 사업자들은 "케이블방송 발전방안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작 케이블방송사들은 "한꺼풀 벗겨보면 실제는 IPTV 사업자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말이 나오는 것은 연구반 논의 결과에서 케이블 방송사의 지역 제한 철폐와 동등결합 상품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반에서는 M&A를 활성화하면서 케이블방송사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차원에서 케이블 방송사의 지역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케이블 방송사는 지역 제한을 없앨 경우 오히려 지역방송으로 커온 케이블방송사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결합상품과 관련해서는 통신 사업자들끼리 싸우고 있는 형국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2차 토론회에서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서로 싸우는 모습이 연출돼 참석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두 차례 토론회에서 유료방송산업을 위해 정말로 중요한 본질은 쏙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국내 유료방송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수신료가 너무 낮다는 데에 있다. 아날로그케이블TV 요금은 수천 원에 불과하며 디지털케이블이나 IPTV, 위성방송 요금도 1만원 안팎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다.
수신료가 낮다보니 유료방송사업자들은 홈쇼핑 수수료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코드커팅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홈쇼핑 수수료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저가 요금 구조에서 한시바삐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시장이 워낙 작다보니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가 서로 출혈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유료방송 수신료를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소비자의 반발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든, 학계든 누구도 선뜻 수신료를 정상화하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저가 유료방송 요금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강희종 산업부 차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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