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세종) 정일웅 기자] 행복도시법 개정안을 두고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2012년 출범 당시 양 기관에 분산됐던 지방자치사무(이하 자치사무)의 일원화를 주장하는 시와 행복도시 건설과정에서 양 기관의 주체별 역할 및 비중이 다르다는 행복청의 입장이 서로 맞부딪히면서다.
포문은 시가 먼저 열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10일 시정 브리핑에서 행복도시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정안은 현재 행복청이 수행하는 도시계획·주택건축·도시관리·공공시설·문화시설 등 부문의 14개 자치사무를 시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는 자치사무 이관의 명분으로 출범 4년을 맞이해 인구·재정·행정 등 부문에서 내외형적 성장이 지속되면서 도시행정이 빠르게 안정화 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무엇보다 자치사무의 이원화로 행정업무의 책임이 분산되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점, 공동주택 하자보수 지연·옥외광고물 난립 등 현장관리 소홀이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자치사무의 이관 필요성은 커진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행복도시 건설을 위한 주요 의사결정에 시가 배제된 점도 불씨를 키웠다. 시는 시민여론의 반영과 민원해결을 위해선 세종시장이 행복도시건설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법령은 해당 위원회에서의 세종시장 역할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도 어필했다.
이 시장은 “행복도시를 정상적으로 건설·운영하기 위해 개정안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또 행복청은 자치사무보다 도시발전을 견인할 기업과 대학 유치에 집중하고 도시의 자족성 확충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 이 같은 입장에 행복청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애초 양 기관의 역할이 나뉘었던 데는 지방자치기관(시)과 중앙부처(행복청)가 맡아 할 수 있는 역량과 할 일이 구분된다는 게 저변에 깔렸고 행복청은 출범 당시부터 현재까지 맡은 영역에서 충분히 역할을 수행 중이라는 점에서 시의 자치사무 이관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류다.
특히 개정안을 발의 한 의원은 이해찬 국회의원으로 이 시장과 같은 색깔론(당적)을 갖고 있다는 점은 행복청이 느끼는 불편함을 키운다. 행복청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시가 국회의원(이해찬 의원)을 등에 업고 개정안(자치사무의 이원화)을 추진하는 데 힘을 쏟을 때가 아니라 양 기관이 협력해 행복도시 건설에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일침했다.
그는 또 “현재 시가 맡고 있는 자치사무 일부 영역에서 주민들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며 “지금 하는 일에서도 잡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행복청이 맡고 있는 자치사무까지 가져가 본인들이 맡겠다는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의 입장을 백번 이해하더라도 행복도시 건설과정에서 지자체와 중앙부처 간 역할과 역량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며 “가령 도시건설에 필요한 정부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지자체와 중앙부처의 실질적인 역량 차이는 엄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복청은 현재 행복도시 건설 3단계 중 2단계를 추진 중”이라며 “엄밀히 따지면 오는 2030년(예정) 행복도시 건설이 마무리될 무렵, 행복청의 역할은 자연히 축소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시도 외형적 도시건설과 내부 자치사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지금 당장의 자치사무 이관보다 양 기관 간의 업무적 협업과 소통을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개정안은 지난달 이해찬 의원이 대표 발의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개정안에는 행복청이 수행하는 도시계획과 건축 및 주택 관련 사무 등 지방자치 사무를 세종시에 이관하고 안전행정부를 세종시 이전 제외 대상에서 삭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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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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