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유동성 지원…"청산 시 후폭풍 크다"
"산소호흡기 연명하는 것에 불과" 업계 반발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다시 한 번 산소호흡기를 대기로 했다. 지금 정리하기 보단 정상화시켜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다른 중대형 조선사는 반발하고 있다. '폭탄돌리기에 불가하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날선 말들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현행유지+구조조정'으로 결론 낸 것은 대우조선해양을 정리하는 것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고용 협력업체 상거래업체를 감안할 때 우리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고 연쇄 효과도 막대하다"며 "이런 상황에 현시점에서 정리하는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해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 역시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시킨 다음 제값을 받고 매각해 그동안 투입된 국민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환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2018년 업황이 지금보단 살아나는 만큼 그때까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강점이 있는 차세대 신선박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정부는 "에너지 저감장치 등 차세대 선박추진 체계를 개발하고 첨단 기술과 건조기술을 활용해 수출 방산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릴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정부 발표 후 즉각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생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이 지금 문을 닫는 것은 쓸만한 벤츠를 버리는 것이다"이라며 "폐쇄하면 한진해운 후폭풍만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선 대우조선해양만 봐주는 불공정한 게임을 이어가고 있다고 반발한다.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흑자를 내고 있는 다른 조선사도 덩달아 인력 및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불만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약 처방을 해야할 곳이 있고 메스를 대야할 곳이 있는데 구분을 못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의 지원으로도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연말까지 이 상태가 이어지면 상장폐지 수순 대상에 오르게 된다. 채권단은 상장폐지만은 막겠다며 자금 지원을 결정했지만 당장 내년 94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 도래한다.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업황이 살아야 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으로선 살아남기 위해 자산매각, 인력 감축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지만 혼자 힘으로 불황을 견뎌내긴 힘들어보인다"며 "정부가 2년 뒤 시황을 낙관하면서 공적자금을 더 투입하자고 하는 것도 상당히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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